美 對北협상파-강경파 논란 가열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영변핵시설의 핵심시설 중 하나인 냉각탑을 폭파.해체함으로써 작년 말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핵 문제가 일단 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내 대북협상파와 강경파간들은 최근 전개되는 일련의 북핵상황에 대해 현저한 입장차를 보이는 것을 물론 그 의미를 놓고 격론을 벌이며 `기싸움’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온건파들은 이번 조치를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조치에 화답해 취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착수 및 대북 적성국교역법 폐지 등의 조치를 두 손 들어 환영했다.

반면에 대북 강경파들은 이번 신고에서 핵무기가 제외된 것은 물론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의혹과 핵확산활동 의혹 등 핵심이 빠졌음에도 부시 행정부가 과도하게 많은 양보를 했다며 `엄청난 외교적 실수’라고 부시 행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리처드 홀브루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신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영변핵시설의 냉각탑을 해체할 예정임을 언급하며 “놀라울만큼 전향조치 조치”라고 평가했다.

홀브루크 전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은 오직 북한에 대해서만 올바른 결정을 했다. 왜 이란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고 6자회담 틀을 유지하도록 자세를 바꿈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핵사찰단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일련의 사태를 “매우 의미심장한 발전”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긍정적인 조치가 있으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가해진 벌칙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하원 외교위원회 하워드 버먼 위원장은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 정부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 및 테러지원국 해제방침은 고무적”이라면서 “부시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지정이 정식 해제되는 향후 45일간 검증활동을 벌이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상원 외교위의 조지프 바이든 위원장(민주)도 “북한의 핵신고는 북한 핵무기와 관련 시설들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다.

강경파들도 목청을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의회에서 입법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을 막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대사를 지낸 네오콘(신보수주의자)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존 볼턴은 북한의 핵신고에 맞춰 미국 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절차에 나선 데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전적으로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고, 북한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포기함으로써 국제적인 정치적 정당성을 막대하게 얻었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외교위의 공화당 간사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플로리다주)도 “부시 외교 정책의 마지막 붕괴”라면서 “엄청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북한이 냉각탑 폭파해체를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데 대해 “정치적 쇼일 뿐”라면서 “북한 영변핵시설은 이미 낡고 오래돼서 쓸모없게 된 것이지만 북한이 협상을 통해 엄청난 대가를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파의 중심인물로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에 의문을 가져온 딕 체니 부통령은 최근 북핵 사태 진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런 상반된 시각을 의식한 듯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도 모처럼 이룬 북핵 사태의 진전을 잘 포장해 과대 홍보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서방 언론들을 초청한 가운데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해체하는 것을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것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며 북한이 핵신고 내용 검증에 협력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 통보 이후에라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의 대북적성국 교역법 폐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작고 상징적인 조치”라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핵확산활동, 인권침해 등과 관련된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과 대북전문가들은 이제 `공’은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북한이 핵신고 내용 검증 및 핵폐기과정에 협력,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대북협상파들의 입지는 강화되고 북핵문제 해결도 급물살을 타겠지만, 북한이 협상의 `열매’만 따먹고 의무 이행을 소홀히 할 경우 강경파들의 기세가 등등해지며 부시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는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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