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HEU’ 강공에서 왜 한 발 빼나?

▲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연합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존재에 대해 확신에 차있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최근 들어 말꼬리를 흐리는 이유는 뭘까.

미 대북담당 고위 관리들의 최근 발언만 놓고 보면 지난 2002년 2차 북핵 위기를 촉발했던 미국의 대북 정보가 최소한 오판이었거나 일부 초강경파들의 의도적인 정보조작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할 정도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002년 11월 의회 보고서를 통해 “완전 가동될 경우 매년 2기 이상의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양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비밀 정보를 제공했던 사실에 비하면 큰 변화임이 분명하다.

우선 대북 특사를 지낸 조지프 디트러니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관은 27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데는 아직도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강한 확신(high confidence)은 아니며 중간 단계의 확신(mid-confidence)만 있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2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으로부터 촉발된 북한의 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 여부와 관련,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이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우라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획득했다는 데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이 있다”면서도 “문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정보를 확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고위 정보당국자는 나중에 “디트러니의 이 발언은 북한의 우라늄 고농축 활동의 진전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최신 각종 정보를 취합한 것이었다”고 확인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2002년 북핵 위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HEU문제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고,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달 22일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북한이 HEU프로그램 생산기술을 완수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로서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그간의 부시 행정부의 기조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세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이번 2.13 합의에 따라 사찰단이 북한에 입국, 조사를 펼쳤지만 이라크의 경우처럼 전혀 성과가 없었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기대감 낮추기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02년 부시 행정부 초기 대북정책 입안자들이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을 궁지로 몰아붙이기 위한 정보를 조작했거나 판단착오를 범했을 가능성이다.

마지막은 북한이 ‘2.13 핵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우호적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보수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자에서 “디트러니가 ‘중간단계의 확신’이라고 언급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며 “국제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 우라늄 무기제조 시설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기대감을 미리 낮추려 하고 있다”며 첫번째 견해에 손을 들었다.

반면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 북한 HEU 정보는 결함이 많E다”면서 “이라크 침공때 내세운 명분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 보유 주장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2002년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부터 의문을 제기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핵전문가들 중 한 명이어서 그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는 결코 적지 않다.

그는 노골적으로 “북한의 대규모 원심분리기 공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아마 과거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제 이 의심스런 주장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문했다.

세번째 견해도 일응 수긍되는 측면이 적지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북 사찰단의 활동 무성과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좀 더 설득력을 갖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단이 북한에 입국, 광범위한 사찰활동을 벌인 결과 우라늄관련 핵시설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부시 행정부 강경파들의 음모론이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