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6者복귀 확신 못한 듯…대화 움직임은 지속

미국은 북한이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통해 ‘미북 회담 진전 여부에 따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밝혔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에 대해서 아직도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북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분명히 복귀하고 비핵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밝히지 않은 한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이 앞으로 수개월 간 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선 북한이 그런 약속들을 수용하는 것을 봐야 한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북한의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박사도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원자바오 총리에게 밝힌 내용은 미국이 설정한 ‘미북 양자회담’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닉시 박사는 “김정일의 발언은 ‘미북 회담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한다면 다자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하며 “(양자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에 앞서 사전 실무접촉을 갖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측이 북한의 대화 의지 피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원자바오 총리의 평양 방문 결과를 미국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당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설명했는데, 이후부터는 다소 모호한 발표를 내놔서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방북 결과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5일 외무성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사전 협의 차원에서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요구 사항이 엄격해 협상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며,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형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 12일 동해상을 향해 KN-02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미 당국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우리는 6자회담 재개와 북한의 의무사항 이행에 관심이 있다”고만 말하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