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확산 확신”…6자회담엔 영향없다?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 백악관은 2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런 핵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행정부는 의회 비공개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전문가가 시리아의 원자력위원장과 함께 서 있는 사진 등 관료자료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영변 원자로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시리아 원자로와 북한인의 모습이 등장하는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이 비디오테이프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의 고위급 관리가 알 키발의 핵 원자로 건설이 시작된 2001년 이전부터 여러 번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시리아의 비밀 핵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 핵 관리국(organization)과 시리아 관리들이 2006년에는 북한에 있는 카고를 시리아의 알 카발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리아 핵 원자로의 상위 형체, 크기, 생산능력이 북한 영변 핵 시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데, 중요한 것은 북한만이 지난 35년간 이러한 형태의 시설을 만들어 왔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처럼 북-시리아 핵협력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향방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당장 부시 행정부의 북핵협상에 대한 비판론이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돼 막바지에 다다른 북핵 프로그램 신고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미국 의회 내 강경파의 반발과 6자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북-시리아 핵협력’ 사실을 인정한 것은 사전 정지 작업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핵폐기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글렌수정법안’의 의회 처리가 용이하고 핵신고에 따른 ‘상응조치’를 위해서도 미국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도 성실한 핵신고를 촉구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의회 브리핑 이후 부시 행정부의 북핵협상에 대한 강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어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핵신고를 하더라도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 틀을 통한 해법을 밝히고 있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인 만큼 핵신고에 포함만 되면 ‘검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도 “북핵 확산과 핵무기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계속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플루토늄 핵프로그램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시리아핵협력을 분리신고하는 ‘양보안’까지 제시, 막바지에 다다른 북한의 핵신고가 자칫 물거품이 될 경우 임기 말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국들도 시리아 핵협력 문제로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미 행정부도 국제사회의 파장을 고려한 듯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찰단을 파견을 요청했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 대변인은 “최근 6자회담 2단계 행동계획이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북핵 불능화 작업도 적극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미∙북이 계속 성의와 융통성을 갖고 협상을 벌여, 교섭에 성과를 내고 이해와 신뢰를 회복해 해결책을 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태식 주미대사도 “시리아에 관한 문제가 6자 회담을 좌초시키거나 전복시킬 사안은 아니다”며 “북한이 핵 확산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부시 행정부와 관련국들의 6자회담 모멘텀을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인해 당장은 6자회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문제가 조그만 돌발변수에도 요동치는 것을 감안할 때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핵 프로그램 신고문제와 검증문제 등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 방북했던 성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비롯한 실무단의 협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협의를 마친 미∙북의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방북을 마친 직후 김 과장은 “매우 좋은 방문이었고 본질적인 협의를 했다”고 말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협상은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진행됐으며 전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의결과 발표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처럼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비롯한 UEP∙핵확산 의혹 등에 대한 신고와 ‘검증’절차에 대해 미북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다면 북한은 내달 중순경까지 의장국인 중국에 핵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에 정통한 정부 핵심당국자는 25일 “북한과 핵협력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안이고 따라서 미 행정부의 핵협력 관련 의회 브리핑은 놀라운 사실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미 국무부에서는 북-시리아 핵협력이 심각한 문제지만 플루토늄 문제를 해결할 기회인데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13합의나 10∙3공동성명을 통해 핵확산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확산을 했다는 것을 미국 의회와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