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확산 확신…6者서 엄격히 검증”

미국 정부가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을 기정사실로 확인함에 따라 ‘싱가포르 회담’이후 타결이 임박한 북핵협상은 물론, 북핵 6자회담의 진로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24일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런 핵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지난해 9월 6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시리아의) 원자로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확산활동에 대해 오랫동안 심각히 우려해 왔는데 북한과 시리아가 비밀 핵협력을 해 온 것은 그런 활동이 위험한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 중 하나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이런 행동과 기타 핵활동이 종식될 수 있도록 6자회담에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상하 양원 합동 정보∙군사∙외교위원회 의원들을 상대로 북-시리아 핵협력과 관련한 비디오 테이프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관련사실을 비공개로 브리핑 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시리아 원자로는 북한의 영변 원자로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북한인의 모습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이건 공상(fantasy)이다. 미국 행정부는 남의 나라(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 조작된 얘기를 만들어낸 기록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미 행정부와 정보당국이 북-시리아 핵협력설에 대해 ‘물증’까지 제시하며 확신하자 북핵 협상을 둘러싼 의회 내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북핵 신고협상과 관련해 의회동의를 받아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 공화당측 간사인 피트 호에크스트라 의원은 브리핑 직후 “이스라엘의 시리아 의혹 시설에 대한 폭격이 지난해 9월 6일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관련 정보를 의회에 보고하지 않는 바람에 북핵협상에 대한 지지를 받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호에크스트라 의원은 “의회와 행정부간의 신뢰관계에 큰 손상이 생긴 만큼 6자회담에 대한 의회 승인과 지원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북한과 시리아 핵협력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것이 북한과의 대화를 미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과 핵프로그램을 영원히 중단하도록 검증 가능한 메커니즘을 주장하는 게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버먼 위원장은 “최근 1년 여간 미 행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단계를 밟아왔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 길로 나아가야 하고 북한이 여기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6자회담 지속론을 폈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싱가포르 회동을 통해 미국이 당장 위험이 되는 북한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UEP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서는 북한이 ‘간접시인’ 한다는 분리대응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를 두고 미 의회 내 강경파로부터 ‘북한에 양보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핵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대화유지’ 방침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시리아 핵협력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미국 부시 행정부는 당장 북한으로부터 핵협력에 대한 시인을 받아내고 향후 핵확산활동을 검증∙저지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백안관이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이런 행동과 기타 핵활동이 종식될 수 있도록 6자회담에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확립하도록 할 것”이라며 ‘검증’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동안 시리아 핵확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던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순순히 인정할지가 미지수다. 오히려 ‘6자회담의 틀을 깨려 한다’며 역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신고에 따른 상응조치인 테러지원국 삭제 등을 위해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의회의 불만이 많았던 만큼 ‘의회 무마용’으로 정보를 공개, 해명한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대북압박의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핵-시리아 핵협력은 ‘비공개’를 잠정 합의했는데 미국이 먼저 공개했기 때문에 ‘약속을 어겼다’면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4일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평양 방문(22~24일)에 대해 “협상은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진행됐으며 전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협상에서는 핵신고서 내용을 비롯하여 10.3합의 이행을 마무리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이 토의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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