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핵협력 의혹이 미국 부시 행정부에 의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북핵 6자회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시리아 핵협력’을 “과거의 일”로 규정,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해결 원칙을 밝히고는 있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와 미 의회 내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북한 측과 ‘검증’에 대한 추가 협상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어 해법이 간단치 않다.
일단 북한과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서 내용과 관련해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추가 협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시리아 핵협력’에 대한 미 행정부의 비공개 브리핑 이후 미 의회 내 일각에서 ‘검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미국은 북한이 제출할 신고서 내용을 검증 또는 모니터링 대상에 명시하는 방안을 북한측과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성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일행이 방북해 북한측과 협의한 내용은 주로 플루토늄 항목에 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신고서에 포함된 내용의 검증이나 모니터링 문제는 앞으로 세부적으로 협의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과 모니터링 대상에는 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북 양측이 검증에 공감하면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재개될 6자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측도 검증과 모니터링의 추가 협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미국측과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도 28일 워싱턴에서 열릴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평양 협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제출할 공식 신고서의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 또한 신고서 내용의 검증 및 모니터링 방안,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7일 “북핵 사태의 중대 국면에서 핵 신고와 폐기, 검증이 이뤄져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을 미국측과 협의하게 된다”며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 내 여론 악화가 6자회담에 미칠 영향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일각에선 ‘시리아 핵협력’ 정보의 뒤늦은 공개에 반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미 미 의회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반면에 민주당은 6자회담 틀을 유지해야 한다면 부시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여야가 뒤바뀐 모양새다.
공화당의 중진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주한미대사로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거친 캐슬린 스티븐스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보류시키고 있다. 이유는 스티븐스 후보자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공화당 측 간사인 피트 호에크스트라 의원은 27일 CNN 방송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레이트 에디션’에서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북-시리아 핵협력)를 매우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며 “정보 은폐 행위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하든지 그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공화당내 일부 대북강경파 의원들은 행정부가 북한 영변핵시설 불능화를 위한 예산지원을 위해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에는 재정지원을 금지한 이른바 ‘글렌수정법’에서 북한을 면제토록 하자는 법개정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적으로 민주당 소속인 하원 외교위 하워드 버먼 위원장은 26일 성명을 내고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은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6자회담을 적극 두둔했다.
이어 그는 “작년 한해 동안 6자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조치를 추진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더 생산적인 길을 추구해왔다”며 “우리는 그 길을 계속 고수해야 하고, 북한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며 6자회담을 적극 두둔했다.
결국 북한이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향후 6자회담의 진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확산 의혹’ 등을 포함한 핵신고에 대한 ‘검증’을 위한 미-북 추가협의와 한국 등 관련국들의 입장에 따라 6자회담의 향방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