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외통위 회의장에서는 미국의 북한 핵보유 인정 논란을 두고 여야 의원들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간 격렬한 설전이 오갔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미국이 법적으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미국의 대북 핵정책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바뀐 것인지 그 진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도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미국 내에서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북한이 이를 어길 경우 봉쇄정책으로 전환하는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있고, 군축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미간 협조가 잘 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장관은 “미국이 북핵 비확산에만 신경을 쓰고 핵보유는 묵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들도 한미간 협의를 통해 이러한 의혹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우리가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한미간 협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개연성은 있지만 실제로 검증을 하기 전에는 한미 모두 북한 핵무기 보유 여부를 단정해서 얘기할 수 없다”며 “다만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즉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모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달아 북한의 핵보유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의 정보력이나 보고서가 틀렸다고 하는 것”이냐며 “미국을 100% 신뢰하고 싶은 마음은 인정하지만 미국이 북미 양자회담 등을 염두해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의 진상에 대해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부정하지 말고, 그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북한의 억지에 대응할 필요가 없는지,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북한의 사악한 계산에 휘말리지 말자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북한 핵능력에 대한 부정이나 애매모호함은 도리어 안보태세의 이완을 초래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의 진의를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의 한반도 전역 핵사찰 요구에 대해 “한국은 북핵 프로그램이 제거되고 나면 검증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검증체계에 앉으면 이 문제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다고 하는 등 한미간 입장차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핑계를 제거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오히려 공세적으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이 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반도 핵사찰 문제를 핵군축 회담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며 “그러한 논리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한미간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