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물질 테러집단에 이전땐 군사공격”

(조선일보 2005년 1월 6일자)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장(전 미국 핵 대사)은 지금의 북한 핵문제가 10년 전 전쟁위기까지 치달았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집단에 이전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북 양측이 ‘진정한 의사를 갖고 협상을 통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개발은 미국과 세계에 어느 정도나 심각한 문제인가.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에 실제적이고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기본적 우려는 핵물질이 테러그룹에 넘겨져 미국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심지어 대만까지 비핵(非核) 국가 지위를 재검토하도록 자극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결합함으로써 다른 나라를 공격할 능력을 갖는 것도 포함된다.”

―북한을 정말 ‘급박한 위협’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북한이 자기방어에 필요한 양의 핵물질을 획득하고 수백㎏의 핵물질을 생산했을 때도 그럴 것인가. 그때는 그 핵물질이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정말로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팔아온 것 중 하나는 탄도미사일, 미사일 부품인데, 다른 팔 것이 고농축 우라늄(HEU)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내일 아침에 닥칠 급박한 위협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핵 문제에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는 큰 곤경에 빠질 것이다.”

―부시 2기 행정부의 북핵 대응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지.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추측한다. 2기 행정부에 새로 들어온 인물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근본적 대북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무엇을 근거로 내린 결론인지 알지 못한다.”

―미국은 북한핵에 대한 대가나 보상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과연 현실적인 접근법인가.

“협상은 주고받기다. 북한이 새로운 협상에 나서고 우리가 결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더 높은 투명성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안전보장이든 에너지 지원이든 어떤 혜택을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행동엔 보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미국은 수백년 동안 수많은 나쁜 사람들, 독재자들과 협상을 해왔다. 국제정치는 오직 자기의 친구들과만 협상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은 언제까지 대화에 의한 해결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나.

“미국이 무한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용인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 핵무기 관련 시설의 위치를 명확히 확인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군사력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 이 행정부가 군사력 사용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언제나 그것은 하나의 옵션이다.”

―군사력 사용이란 1994년 검토했던 것과 같은 외과식 타격을 의미하나.

“만일 이뤄질 경우, 핵시설과 보조시설, 미사일 시설에 대한 공중타격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 점에서 모델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보다는 이스라엘의 (1981년) 이라크 원전폭격에 가깝다.”

―군사력 사용 전에 경제제재나 봉쇄 같은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은.

“문제는 봉쇄정책으로 어떻게 북한에 그들의 정책을 되돌릴 만큼의 충분한 고통을 주느냐이다. 중국이 북한정권의 지속을 바라는 한 경제제재도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1994년 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가.

“지금은 북한에 더 많은 핵무기가 있을 것이고 더 심각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까지 진행되고 있다. 10년 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겠다.”

―10년 전 1차 북핵 위기시 실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나.

“당시에는 상황이 나쁜 쪽으로 갈 수 있었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있었다. 유엔에서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하고, 북한이 무력으로 대응하거나 해상봉쇄가 단행될 경우 거기서 북한과 충돌하는 것이었다. 또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중폭격이 있고 북한이 이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은 물론 어떤 압력에도 반대하는 것은 그 때문 아닌가.

“한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의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도록 놔두는 것의 결과에 대해서도 우려하길 바란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은 있는 것이며, 그 선택은 가능한 한 그 위험을 줄이는 정책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북한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려는 그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북한 핵문제 협상과 관련해 어떤 압력도 가하지 못하거나 가하려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협상을 하려면 채찍과 당근 두 가지를 다 가져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테러그룹에 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은 핵물질의 원천을 추적할 것이고 그것이 북한임이 밝혀진다면 북한은 심각한 고통을 당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고 파괴할 것이다.”

―만일 미국이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나.

“안전보장은 요구목록의 맨 위쪽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은 우리와 더 많은 정치적 관계를 원한다. 우리는 다자 간 평화협정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약속을 다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결국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의 체제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의 정치현실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이 하나의 정부라기보다는 종교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란 얘기를 들어왔다. 김일성을 숭배하는 종교집단이다. 북한의 체제변화란 민주적 정치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지만 북한 정권이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길처럼 보인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같은 방식의 합의를 다시 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그대로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1994년 합의를 속였다. 물론 우리가 경수로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고 그런 합의를 할 수 있지만 투명성이란 새로운 부가요건이 생겨났다.”

―결국 북한 핵문제 해결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인가.

“미국과 북한이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협상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인들이 쓰길 좋아하는 단어인 진심, 즉 협상을 통해 거래를 맺겠다는 진실한 마음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나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협상은 어려워지고 북한 또한 포기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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