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해외인력 송출에 ‘강제·착취’의혹 제기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각)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를 내고 체코, 몽골, 러시아 등에 대한 북한의 해외인력 송출에 “강제(forced) 혹은 강압(coerced)” 노동과 “착취”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또 개성공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내 산업공단에서 가동중인 외국인 투자 업체의 북한인 종업원들에 대한 북한 정부의 “착취” 우려도 표명했다.

국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선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매매, 강제노동 중심으로 다뤘으며,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숙련공 해외송출과 북한내 외국인 기업 노동자 문제를 다룬 것은 처음이다.

국무부는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고위자문관인 존 밀러 인신매매 대사를 통해 북한의 인력 송출 대상국 정부와 접촉, 북한의 해외인력 송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노동력 수요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해외인력 송출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해외인력 송출에 관심을 돌린 배경으로, 강제.착취 노동이라는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외에 북한에 대한 외환수입 차단 결과도 예상할 수 있어 최근 일본정부의 협력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대북 금융압박에 나선 것과 관련, 주목된다.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 정부에 의해 몽골, 러시아, 체코 등과 같은 나라에 비숙련 계약노동자로 해외에 보내진 북한인들에 대한 보도들”을 거론하고 “이들의 노동이 강제됐거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말들(allegations)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이 ’극히 제한적인 취업 자유밖에 없는’ 북한 국내 노동자들에겐 ’선망의 대상(prestigious)’일 수 있으나, 일부 이들 나라에선 “북한인들이 북한인 ‘현장주임들(minders)’의 통제를 받는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밀러 대사는 지난달 26일 프리덤 하우스 주최 토론회에서 “몇 개월전 체코, 러시아, 기타 국가에서 북한 주민들이 강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은 이러한 강제노동도 인신매매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해외 인력 송출이 “그동안 숫자가 적어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점차 증가세여서 미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무부 보고서는 북한의 인력송출 대상 국가로 체코, 몽골, 러시아를 명시했으나, 폴란드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난 3월 폴란드 신문은 보도했었다.

특히 체코의 경우, “북한 정권은 체코 민간산업 부문에 계약노동을 제공한다”며 “북한 정부가 이들이 받는 임금의 대부분을 가져감으로써 노동을 착취한다는 말이 있다”고 국무부는 말했다.

체코 정부는 2004년 이래 체코 취업 북한 노동자 문제에 관해 4차례 조사를 실시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정부 감독자들의 통제를 벗어나 이동의 자유를 누린다거나 임금의 태반을 북한 관리들이 수금하는 강압적 관행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밀러 대사는 보고서 발표에 따른 브리핑에서 자신이 주미 체코 대사관과 접촉,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체코내 수개 공장들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사는 “우리는 북한 노동력의 해외수출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며 “체코와 몽골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여건이 북한에 있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나, 보도들에 따르면 그들은 자유가 없기 때문에 인신매매 희생자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노동자들이 돈(임금)을 받기나 하는지, 그 돈이 노동자들 한테 가느지 북한 정권에 가는지 분명치 않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북한 노동자들의 몽골 송출 실태에 대해 “최대 200명의 북한 계약노동자들이 몽골에서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 못하는 상태로 일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들의 노동이 강제적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폴란드내 북한 노동자와 관련, 폴란드 신문은 자유노조 탄생지인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북한인 용접공 6명이 현장 주임의 감독을 받으며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최근 5년간 이 조선소에서 일한 북한인 75명의 급여는 조선소로부터 고용회사를 거쳐 북한 정권으로 전달된다”고 전했다.

북한내 외국인 업체 노동자 문제와 관련, 국무부는 “공단에서 가동중인 외국인 업체들에 북한 정권이 노동자를 공급한다고 한다”며 “북한 정부가 임금으로 지급된 외국돈의 대부분이나 전부를 차지하고 대신 노동자들에겐 불환화폐인 북한돈으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을 착취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개성공단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착취하는 “것일 수도(may) 있다”는 등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긴 했으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가 개성공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은 미국측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겐 최소임금 50달러에, 휴가비, 초과근무 수당, 보너스, 출산휴가 등이 지급되고 있으며, 북한 정부에 사회보험 및 교육.주택.의료비용 명목으로 30%를 지불하고 최소한 35달러를 북한돈으로 바꿔(5천250원 이상) 매월 지급받는다”며 “북한 당국은 임금 지급시 암시장 환율(1달러당 최고 2천원 상당)이 아닌 공식 환율(1달러당 150원)을 적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