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지원국 조기 해제 안할 것”

북한이 북미 관계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테러지원국 해제에 강한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내부적인 반대가 많아 가까운 장래에 이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이 9일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 할 지라도 인권, 위폐ㆍ돈세탁 등 불법행위 중단과 같은 요건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정상화가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는 지난 1996~2001년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이슈그룹 부국장을 역임하는 등 CIA와 국방정보국(DIA)에서 20여년간 한국 전문가로 활동한 뒤 세계 정치위기 평가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을 거쳐 헤리티지 재단에 몸담고 있으며, 2.13 북핵 합의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불언급 등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못미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음은 발언 요지.

◇”가까운 미래에 테러지원국 해제 안돼”= 뉴욕 회담은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려면 행해야 할 수 많은 의제들을 단순히 열거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해제에 합의했다고 말하고, (60일간의) 마감 시한까지 이를 타결지으려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미국은 그간 북한에 테러 지원국 해제에 필요한 수 많은 요건들을 반드시 충족시킬 것을 지적해왔으며, 조기 해제시 부시 행정부가 워싱턴 내에서 엄청난 비판을 사는 만큼 명단 조기 제거 가능성은 적다.

◇”BDA 北자금 처리후 더 심각한 문제”=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과 관련,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이미 북한에 그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미국의 의심이 입증된 점을 밝힌 만큼 2천400만 달러를 전액 해제하지는 않을 것이며, 절반쯤의 합법 계좌만 해제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엄청난 낙관속에 핵 협상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오산이다. 대북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영변 원자로 동결에 장애가 될 것이고 결국 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北,日과의 협상진전 원치 않아”=북한은 실무그룹 협상에서 자신들이 얻어야 할 부분은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 미국이나 일본에 주어야 할 것은 지연시킬 것이다. 한국은 6자회담의 초점을 비핵화에 맞춰야 한다며 일본인 피랍자 문제로 협상 진전이 방해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은 불법 활동에 따른 제제 등과 같은 비(非)핵이슈를 제기할 것이나 일본은 자기들 관심사인 피랍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美, 北-日 협상 똑같이 중시해야”=사람마다 견해차가 있겠지만 2.13 합의는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내용의 이행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테러 지원국 명단 해제, 관계 정상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만큼 북-일간 협상도 진전이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베이징 합의는 5개 실무그룹이 서로 연계돼 있지 않으면서도 결국 연계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갖고 있다.

◇”비핵화만으론 불충분”=북한의 핵포기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미 관계 정상화는 없다. 그러나 비핵화가 관계 정상화의 충분 요건은 아니다.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 인권문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또한 위폐, 마약 밀수, 돈세탁 등 불법 행위는 관계 정상화를 늦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북한은 당장이라도 관계 정상화가 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연락 사무소 없이 직접 외교 관계로 들어가길 바란다. 그러나 북한이 내일 당장 외교 관계 수립을 원한다면 바로 내일까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北 핵포기 믿는 전문가 없다”=2.13 합의후 미국은 물론 한국의 모든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보니 북한이 핵무기를 전면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한국인들의 77%도 못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계획을 짜는 것이 최선이다. 예를들어 영변에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을 두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영변은 물론 북한이 밝히지 않은 모든 핵시설을 불시 사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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