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지원국 잔류결정 배경과 의미

미국 정부가 30일 발표한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명시하되, 그 사유를 상당 정도 축약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 및 북미간 양자회담에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또 적성국 교역금지 대상 해제와 함께 이 문제를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는 지 여부를 보여주는 시험대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 북에 납북자해결. `2.13합의’ 이행압박 =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어떤 테러활동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1차 조건은 갖추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1970년 일본 민항기 납치에 관여했던 적군파 4명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과 일본 정부가 북한 당국에게 12명 일본인 납북자의 운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두 문제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게 한 요소임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쳐오던 미국이 일단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잔류키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북한과 일본은 지난 3월 한 차례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을 가진 바 있지만 납북자 문제로 한발짝도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북한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미국측 판단이다.

이번 결정엔 미국이 아시아 최대 우방으로 간주하는 일본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납북자 문제 해결없이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또 북한에게 `2.13 합의’를 이행토록 압박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2.13합의’에서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초청을 60일이내에 이행키로 했지만 동결됐던 BDA(방코델타아시아)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 송금 지연을 이유로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고, 6자회담 참가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경우 미 행정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 북한에게 2.13 합의 이행을 압박하는 카드로 테러지원국 삭제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

◇”미, 북에 테러지원국 삭제 가능성 및 의지 강조” =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사유에 대한 언급을 작년 보고서에 비해 상당 정도 축약한 것은 북한이 성의를 보일 경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할 의향과 의지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인 납북억류자 문제와 일본이외 다른 국적자 납치문제에 대한 내용은 아예 삭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보고서는 테러에 관한 보고서로, 테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을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한국 및 다른 나라 납북자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내 보수세력 및 국제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하튼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북한은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을 벗기에 앞서 한국인 납북억류자나 다른 나라 납북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배려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또 미 국무부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지난 2.13 합의에서 약속했음을 상기시킨 점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할 의지가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미 국무부의 테러보고서는 1년에 한번 발표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는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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