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지원국 삭제 격론 예고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문제를 놓고 미 정치권은 물론 미일(美日) 양국간에 긴장감이 감돌며 격론을 예고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여부를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반면, 여당인 미 하원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문제를 행정부의 결단이 아니라 법에 근거토록 입법화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라이스, `대북(對北) 당근책’으로 북(北) 비핵화 유도 = 라이스 장관은 지난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강구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들을 자물쇠로 채우는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미국의 대북협상에서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더 나아가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현단계에선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 적절한 것이라면 어떤 유인책(incentives)이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북미간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문제 논의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선 라이스 장관의 이 언급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 국무부가 올 봄 발표한 테러지원국 발표에서 북한의 명단을 유지하긴 했지만 테러지원국 지정 사유를 대폭 삭제한 점을 들어 벌써부터 올해내 북한의 테러지원국 삭제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하지만 미국의 최대 우방을 자처하는 일본이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 선뜻 동의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납북자 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왔으며 미국에 대해 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이 안된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서는 안된다고 미국을 압박해왔다.

더욱이 일본에서 납북자 문제는 논리이전의 감정적인 문제가 돼버렸다.

베이징에서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북핵 6자회담 전체회의에 앞서 25일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한 목적이 `일본 달래기’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일본측의 반발을 우려한 듯 “이(북한의 테러지원국 삭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북미)양자간 논의된 어떤 이슈도 일본과 협의해서 잘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공화당 일부, 대북(對北)유화책 `딴지걸기’ = 반면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속해 있는 미 공화당 일각에선 부시 행정부의 대북유화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원 외교위 소속인 일리아나 로스-레티넌(플로리다주) 의원을 비롯해 10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25일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한 조건을 제시한 법안을 제출했다.

의원들이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의원들이 제시한 8개의 조건을 살펴보면 북한이 당장 수용할 수 없는 문제도 있어 만약 법안이 의회에서 확정되면 당분간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 대(對)테러.확산금지법안’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삭제 조건으로 ▲이란, 시리아 등 다른 테러지원국에 대한 불법적인 미사일. 핵 기술이전 중단 ▲하마스, 헤즈볼라, 일본 적군파 등 테러조직에 훈련지원.은신처 제공.물품 및 재정지원 중단 등 북한에게 테러지원국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아니라 ▲미 달러화 위조 중지 ▲불법자금 세탁 임무를 수행하는 조선 노동당 39호실 폐쇄 ▲지난 2000년 1월 납북된 미국 영주권자 김동식 목사 석방 ▲일본 경찰청이 납북자 파악한 일본인 15명 석방 ▲북한에 억류중인 국군포로 600여명 전원 석방 ▲추가적인 테러활동 개입 중단 등도 조건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 법안이 미 의회에서 입법화될 것이라고 현재로선 단정지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단 한 명도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아 정식 안건으로 채택, 상정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데다가 이 법안의 처리에 핵심적인 열쇠를 갖고 있는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장 지도부가 별다른 관심을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최근 북핵 6자회담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시리아간에 핵커넥션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시점에 제출됐다는 점에서 제출만으로도 많은 관심은 물론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