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국가’ 낙인 찍고 추가 제재 예고…전방위 압박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입장을 직접 발표하고, 재무부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제재를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북한이 지난 9월 중순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60일 넘게 중단하고는 있지만, 대내외 관영매체를 통해 북핵 협상과 포기는 없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자,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실질적인 고통은 되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 ‘테러국가’라는 낙인을 찍는 상징효과가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이어 ‘최고 수준’의 추가 제재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북한이 느낄 압박 수위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매우 중요한 조치를 집행하려고 하는데, 오늘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다”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오래전에, 수년 전에 (재지정)했어야 했다”면서 “재지정이 북한과 관련자들에게 추가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적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에 대해서도 무기·군수품 수출 및 판매금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최고 수준’의 추가 제재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가 내일(21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2주에 걸쳐 마련될 것”이라면서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추가 제재에는) 현행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를 금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여전히 희망한다”면서도 “제3자가 북한과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장을 주거나 단념시키는 것이 이 조치의 실질적 효과”라고 부연했다. 추가 제재가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내일 발표할 재무부의 추가 제재 조치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세컨더리 보이콧’일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과 밀접하게 거래를 이어온 중국 기업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과 추가 제재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긴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도발 중단이 장기화되면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으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을 두고 북한이 대형 도발로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목소리가 커지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사와의 문답에서 “테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우리에게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이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면서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마구 걸고 드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가를 통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추가 대북제재를 빌미로 도발에 나선다면, 그간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해왔던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 속에서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결정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팀 참가를 요청하는 등으로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데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의 결정을 마냥 환영하긴 어려워하는 눈치다. 앞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김정남 피살을 ‘테러’로 보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좋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결정하자,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미국의 조치는 강력한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낸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보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한미의 공동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 대북 공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추가 제재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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