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아직 테러지원국…비핵화 맞춰 해제할 것”

미국 국무부는 30일 발표한 ‘국가별 연례 테러보고서(Country Reports on Terrorism)’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명단에서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미 국내법 규정에 따라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다.

올해 보고서는 “미국은 2007년 2.13합의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한 지난해 보고서에 비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가 테러지원국 해제의 선결 조건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국무부는 이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비롯해 이란, 쿠바, 시리아, 수단 등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테러활동을 지원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본 민항기 납치사건에 관여했던 적군파 요원 보호,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내용으로 북한의 테러활동에 관련한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의 제재 조치도 풀리게 된다.

또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절차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으로, 이번 보고서에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여전히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북한을 명단에서 삭제할 수 있다.

사실상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법적인 요건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87년 이후 테러지원 활동이 보고된 바 없으며, 일본인 납치 문제가 테러지원국 해제에 결정적 요소가 아님을 미국 측에서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보고서 중 북한에 대한 서술은 단 4줄에 그친 점 또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시기가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척 과정에 달려 있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등 6자회담 나머지 5개국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절차가 빠르면 내달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 측의 대응조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것이며 어느 것이 먼저 될지는 모르지만 시차를 거의 두지 않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행정부의 45일이라는 의회통보 기간 후에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거의 동시에 미국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이후 이를 검증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북한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의무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할만 하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가시화 될수록 일본 측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테러지원국 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는 납치자 문제와 함께 적군파 요원들의 보호 문제 등을 들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과 시리아 핵 협력에 대한 미 의회 및 행정부 일부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북한대학원대학교 개교 1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중단을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영변 핵시설 불능화 및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와 연계해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중단을 의회에 통보하기로 약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