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눈치보며 ‘인권보고서’ 톤 다운

‘억압적인 북한 체제(repressive North Korean regime)’와 ‘북한 정부(North Korean government)’ 중 김정일 정권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까?

‘억압적인 북한 체제’와 ‘북한 정부’라는 두 개의 표현을 놓고 미 국무부의 동아태국과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갈등을 벌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국무부내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최근 작성한 북한인권보고서의 일부 표현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태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것.

동아태국의 글린 데이비즈 부차관보는 지난 달 29일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에리카 박스-러글즈 부차관보에게 이메일을 보내 북한인권보고서의 일부 표현을 바꿀 것을 요청했다고 WP는 전했다.

데이비즈 부차관보는 당시 이메일에서 북한인권보고서가 완성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점을 언급,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6자회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감안해 몇몇 형용사를 삭제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애초 보고서에 ‘억압적인 북한 체제(repressive North Korean regime)’라고 돼 있던 표현은 ‘북한 정부(North Korean government)’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개처형이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다(Reports of public execution were on the rise)’는 구절은 ‘공개처형이 계속 드러났다는 보도가 있다(Reports of public execution continued to surface.)’라고 바뀌고, 보고서 내용 중 ‘고립된 국가’라는 표현은 아예 빠졌다고 WP는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경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반면, 동아태국으로선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