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核시설 폐쇄 평가속 향후이행 난관 예상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쇄에 착수한 것을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환영하고 진전으로 평가했으나 북한의 핵무기.핵물질 및 핵시설의 완전한 신고, 북핵 불능화 등 다음 단계의 이행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관을 우려했다.

미국측은 지난 4년간의 북핵 협상 과정에 북한이 몇차례 협상에 불참하거나 추가적인 제의를 내놓으면서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은 비핵화 과정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김명길 차석대사가 북핵 6자회담 `2.13합의’ 2단계 이행을 위한 조건으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을 요구하고 나서자 미국 일각에선 이런 걱정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평양의 입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미 정부 “다음 단계 합의 이행에 협력 기대” = 미국 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착수와 관련, 미국은 지난 2005년 발표된 `9.19 공동성명’과 올해 체결된 `2.13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의지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4일 성명에서 오는 18일 북핵 6자회담을 재개됨을 언급한 뒤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기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다짐한 2.13합의의 다음 단계 이행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이 모든 당사국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이처럼 북한에 협력을 거듭 요청하고 나선 것은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앞으로 더 이상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내 경험상 그렇지 않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협상 당사자가 나서 북핵 낙관론을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힐 차관보가 북한의 핵무기.핵물질 및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 전망과 관련, “모든 시설과 활동을 망라한 포괄적인 리스트 신고가 수주, 아마도 두 달 남짓내에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그 기간을 수 주에서 두 달까지 폭넓게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미국측은 순조로운 비핵화 진행을 위해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최근 북미군사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이 즉각적으로 수용 또는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이 차기 6자회담 등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면 6자회담의 틀안에서 또는 별도의 회담을 통해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게 단적인 예다.

◇미 언론, 다음 단계 이행 더 걱정 = 미국 언론들은 더 직설적으로 북한의 향후 비 핵화 약속 이행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북한의 영변핵시설 가동중단에 대해 “가장 이루기 쉬운 성과물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문가들은 북한 핵프로그램 공개가 훨씬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3일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다음 단계들은 부시 행정부 임기를 넘겨 이뤄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이에 대해 꽤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인 오는 2009년 1월까지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부시 행정부의 기대가 달성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다음 단계에선 우선적으로 모든 핵무기.핵물질 및 핵시설을 완전하게 신고해야 하지만 신고대상을 둘러싸고 북미 간에 커다란 견해차가 확인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HEU).

미 정보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HEU프로그램에서 핵심장비인 원심분리기를 수입하는 등 HEU 핵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최소한 북한이 원심분리기 등 HEU 관련 의혹을 사는 장비 및 물질을 어떻게 사용했는 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며, 이를 수용할 경우 다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개발.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및 핵물질의 규모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에서 핵무기 10여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북한이 일부 핵물질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는 관측도 제기하며 `성실 신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몇 차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협상이 오랫동안 교착돼온 과거 전례를 감안, 일부 아시아 및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그렇게 오랫동안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면 향후 북핵 비핵화 과정은 다소 어려움을 겪더라도 진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북한 당국이 완전한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든가 다른 목적을 갖고 제한적으로 협상에 응할 경우 북핵 사태 진전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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