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무기를 1~6개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 곳’ 등 북한의 핵보유를 공공연히 인정하는 발언을 거듭해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핵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핵장치를 갖고 있다’는 다소 애매한 평가를 했던 것에 비춰볼 때 미국이 대북 핵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클린턴 장관은 11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테러리스트들이 핵물질을 획득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이란을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대해 “이미 핵무기들을 갖고 있는 곳”으로 분류한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들을 추구하고 있다”고 차별화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거듭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 두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핵물질이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 역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클린턴 장관은 9일 켄터키주 루이빌대학에서 핵비확산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북한이 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이날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 프로그램에 출연, “‘북한이 그들의 노선을 계속 가도록 허용해서는 안 되며,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매우 분명한 이해를 이제 우리는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참가국들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관여(engage) 용의를 밝혔기 때문에 북한과 이란 문제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면서 오바마 정부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정책을 옹호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거듭된 북한의 핵보유 인정을 시사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북한을 공식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월 “김정일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은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경우 군사적 측면 등에서는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각종 정책을 수립하면서 동시에 국제외교적 측면에서는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으면서 핵비확산조약(NPT) 복귀를 추진할 전망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윈원은 데일리NK와 12일 통화에서 “NPT체제에서 인정하지 않는 지위를 주면서 북한을 NPT체제에 복귀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대북 핵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6자회담 등을 통해 폐기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핵보유국’이라는 국제법적 지위를 주지 않겠다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클린턴 장관은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NPT를 준수하는 비핵국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 배제 방침이 담긴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발표와 관련, “우리는 비상시에 대비한 많은 공간들을 남겨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를 공격하는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생물공격이 비롯됐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때에는 모든 것이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핵 선제공격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선제 사용을 않겠다고 말할 만큼 많이 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NPR 보고서와 관련, 북한과 이란이 미국의 핵공격 배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이들이 NPT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모든 게 무효”라면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