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핵무기 평가’ 의미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의 운반체가 될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북한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극히 낮게 평가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블레어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위협 평가’라는 서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및 확산 문제에 대한 정보당국의 평가를 보고했다.

이번 평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공화당 조지 부시 정부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사실상 처음으로 나온 북한 핵무기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상황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핵무기에 대한 평가가 현재 검토단계에 있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데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레어 국장의 평가는 각별한 의미를 띨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공격 이후 외부세력에 의한 미 본토 공격에 신경을 곤두 세워왔고, 지난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는 직접적인 도발 가능성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특히 플루토늄뿐아니라 우라늄농축 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는 의혹까지 사온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한다면 미 본토에 대한 핵무기 공격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날 블레어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매우 좁혀서 얘기했으며, 북한이 내세워 온 핵무기 보유명분을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까지 풍겼다.

블레어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외부공격에 대한 억지력, 국제적인 위상,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강압적 외교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힌 것.

그는 “북한은 정권이 군사적인 패배에 이르렀다고 인식되거나, 회복불가능한 통제력 상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아마도 미군이나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 사용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는 최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만일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준비를 계속한다면 미사일체제(MD)를 가동, 요격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밝힌 강경입장과는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블레어 국장의 평가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불거진 북핵정책의 초점 이동 논란과도 연결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핵확산 억제에 방점을 찍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위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글로벌 트렌드 2025’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언급했고,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OM)도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핵무기보유국으로 기술하는 등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표현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블레어 국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전제를 깔고 북한의 핵도발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시사했다.

블레어 국장이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한 설명에서는 없었던 ‘우려(concerned)’라는 표현을 핵확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용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북핵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는 북한이 이란을 비롯한 중동국가들에 탄도미사일 및 관련 부품을 팔아왔고, 시리아의 핵원자로 건설을 도왔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우리는 북한이 핵기술을 또 다시 수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

물론 이런 관측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있다고 가정할 때 ‘칼을 들었다’는 현상자체에 대한 표현과 ‘칼을 들었으니까 강도다’라는 평가는 다르듯이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현상을 얘기하는 것과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 핵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이번 평가는 북한이 체제수호를 위해 ‘수비형’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어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를 다뤄나가는 방식에도 시사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생존위협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현재의 ‘수비형’ 핵무기를 제대로 관리해 나가면서 외부로의 핵확산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미 정보당국의 이러한 북핵 인식이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어떻게 반영, 실행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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