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자금 숨통죄기 최고조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북한관련 자금 숨통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달 북한의 잇단 단·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 금융계좌 추적과 압박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2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가진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돈을 위조하는 것을 알았을 땐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모든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을 때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임은 어느 정도 감지됐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금융제재 노력이 북한을 재정적으로 ’거의 완전히 고립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의 28일 발언은 매우 시사적이다.

레비 차관은 이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계좌를 동결한 이후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을 비롯, 싱가포르, 중국, 홍콩, 몽골 등이 적극 협조, 아시아 국가 정부들과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거부하고 계좌를 잇따라 폐쇄하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강경 조치는 국제 금융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금융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큰 손’들이 일시에 자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가거나 ’테러 연관 국가나 은행’으로 찍힐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이후 핵실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부시 행정부가 북한 금융제제의 수위를 한층 더 바짝 조이고 나선 이유는 뭘까.

일단 북한이 지난해 9.19 공동성명 이후 거부하고 있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금융 교란 행위를 적극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북한을 강하게 압박,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하고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으로부터 미사일과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얘기다.

또다른 측면에선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레비 차관이 이날 “북한이 무기와 미사일 수출과 함께 위조 달러화 제작과 마약 밀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슬람권의 대미 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고,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세계적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건재하고 있으며, 영국에서 미국행 항공기들의 폭발테러 음모가 적발되는 시점에서 북한의 불법자금의 숨통을 강하게 죔으로써 대테러전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실제로 미국은 그간 북한이 다른 국가들에게 무기 및 미사일 기술을 확산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고, 최근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가 테러집단들 수중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해왔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서도 “헤즈볼라 뿐만 아니라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지하드(성전) 등 테러단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최근 대북 압박 강화 조치는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의 변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결의안 채택 과정 등을 통해 북한의 후원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을 끌어앉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시각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대북 다자 경제 압박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 정권행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은 이런 점에서 되씹어볼 만하다.

어쨌든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의 압박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레비 차관이 “미국의 제재는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하고 있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우리의 금융압박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불편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부시 행정부의 향후 행보를 예감케 한다.

확산방지구상(PSI) 활동의 강화와 금융제재 압박 강화 등 추가적인 경제적, 반확산, 외교적 압박 수단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얘기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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