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이란 핵정책 “차별” 논란 안팎

제4차 북핵 6자회담 제4차 수정 합의문안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주장과 관련,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재가입하면 NPT 회원국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고 돼 있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8일(현지시간) 말했다.

“미국도 북한이 NPT에 복귀할 경우 회원국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만큼” 이같은 표현에 동의한 것이라는 것.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과거 관련 국제법과 합의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온 점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회담이 진행중이던 지난달 하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NPT의 모범 회원국이 되면 평화적 이용권을 갖는다는 이해할 만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언제 그렇게 될 수 있느냐이다. 우리는 북한이 NPT하에서 그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다는 게 아니라, 북한이 꼭 그 권리를 행사해야 되느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 왜 쟁점인가 = 문안만으로 보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것같으나, NPT상의 의무조항을 감안하면 실제론 북한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곳곳에서 권리 행사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북한은 NPT상의 의무와 권리 인정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역시 북미 양자차원으로 돌아가 미국의 동의를 요구하면서 경수로 지원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수십년에 걸친 약속위반의 전과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앞으로도 오랜 기간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아예 “경수로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반면, 북한은 경수로 지원을 명시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양측 다 ‘모호성’을 배제하려 한 것이다.

북.미 양측의 이같은 입장을 감안할 때, 4차 회담이 8월 하순 속개되더라도 한쪽의 극적인 결단이 없으면 한국이 말하는 ‘창의적 모호성’을 통한 우회로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 대북-대이란 차별성 논란 = 미국이 NPT 일반론은 인정하면서도 개별국가 차원에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신용회복 때까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 비해 이란에 대해선 유럽연합(EU) 3국의 조건부 평화적 핵 이용권 제안을 인정함으로써 핵정책에서 일관성을 잃고 차별적인 정책을 펴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일부 외신이 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8일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은 북한과 이란을 왜 차별대우하느냐,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데 모아졌다.

이에 대해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차별’을 부인하지 않고, 그러나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단계상의 “중요한” 차이를 비롯해 “두 나라간 많은 차이때문에” 양국 각각에 대한 핵정책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의 이날 설명은 미국의 대북, 대이란 핵정책의 차이나 차별의 객관적 근거를 대려는 노력이었으나, 회담이 진행중이던 때 힐 차관보나 국무부측이 설명한 이유의 요체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NPT 밖에 있고, 북한의 위반 전과로 미뤄 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소식통은 “북한과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미국의 정책엔 큰 차이가 없다”며 차별 접근이라는 인식은 “다소 잘못 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든 이란에 대해서든 경수로 건설에 반대해왔으며, 평화적 이용권도 부인하고 있다는 것.

최근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이용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대이란 협상 상대인 EU 3국의 전반적인 접근책중 평화적 이용권은 부분에 불과한데 미국은 EU의 접근책 전반에 대해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란이 러시아와 계약을 맺어 추진중인 경수로 건설도 미국은 이란과 러시아간 문제라는 점에서 “막을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동의한 적은 없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 美, 모멘텀 유지 노력 =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4차회담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갔음에도 13일간의 베이징(北京) 회담을 “중요한 진전”이라거나 “좋은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회담 모멘텀 유지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휴회 전망이 나왔을 때 워싱턴 포스트 등은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가 오래전부터 6자회담에 대한 희망을 접고 유엔 안보리 논의를 최선책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기류 급변 가능성에도 눈을 돌렸었다.

그러나 미국 언론 보도에서 과거와 달리 ‘익명의 고위관리’의 안보리 논의 주장이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나, 합의문의 4차 수정 초안이 8월 회담 속개 후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미국측의 거듭된 입장 표명도 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