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잇단 강온 메시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내주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모처럼 대북 메시지를 밝히고 나서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사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테러소탕 문제, 이란과의 해빙움직임 등으로 인해 외교 전면에서 밀려나 있었던 북한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클린턴 국무,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공교롭게도 10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외교기조를 어렴풋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 외교.안보 담당 책임자들의 메시지는 일방적 화해나 배척이 아닌 강온 양면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으며, 앞으로 오바마 외교팀의 대북정책도 이런 방향에서 수립될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우선 클린턴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카렐 슈바르첸베르코 체코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움직임과 대남 강경노선 등을 언급하면서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북한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상기시켰다.

게이츠 장관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준비를 계속한다면 미국은 이를 요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경고한 것.

셔먼 전 조정관도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는 위험하고도 도발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나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도발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사일 요격 등 북한의 도전에 대한 `응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미국 내부적으로 오바마 정부가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유화적인 입장만 취할 것이라는 보수진영의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북한, 이란 등과 `직접적이고도 강한 외교’를 펼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강한 외교라는 대목을 유독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한 입장과는 달리 미국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오기를 적극 설득, 회유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수 개월내’에 대화할 기회를 갖길 희망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논리는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이 앞으로 수 주 또는 수 개월내에 6자회담이나 다른 형태의 양자 및 다자협상에 북한이 임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게이츠 장관이 “핵검증과 비핵화 진전과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주력해 달라”고 촉구한 것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수립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셔먼 전 조정관이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수 차례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밥의 뜸을 들이고 있는 상태니까 배가 고프더라도 좀 참아달라”는 뜻을 북한에 전달한 셈이다.

셔먼은 오바마 정부가 새 외교진용을 완전히 구축하고 클린턴 장관이 한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대북정책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국무부는 지금까지 2월내에는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대북특사, 동아태 차관보 등의 지명이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이들의 상원 청문절차까지 감안한다면 대북정책 수립은 3-4월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외교안보팀의 라인업이 완전히 갖춰지고 대북정책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북한을 `관리’하는데 외교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대북 메시지가 연쇄적으로 나온 것도 이 같은 대북관리의 일환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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