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무원칙한 대화·양보는 득없다’ 판단”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던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 자체가 북미 대화에 발 벗고 나서는 입장은 아니다”며 미북 양자간 대화가 예상처럼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28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과 대화는 하겠지만, 그 과정 자체를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서둘러 합의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워싱턴의 신중한 기류를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의 전반적 국내외 정책 특 속에 일부일 뿐”이라며 “현재 미국 내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처한 상황은 국제사회의 룰(Rule)을 어기는 북한과 같은 국가에 대해 무원칙한 대화나 양보를 했을 때 아무런 득도 없는 정치 판도”라고 설명했다.

대외정책 면에서도 “북한에 원칙적 대응을 안 할 경우 이란 문제를 다루는데도 부담이 될 수 있고, 북한과 이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4월 핵 테러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북핵 협상에) 흠을 잡히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6자회담이 미북 양자대화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북 양자대화의 주 목적이 북한을 6자 협상장으로 유도해 오는 것이라는데 5자간 입장이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의 공조는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지금이 상대적으로 가장 잘되고 있다”며 “모든 나라가 단계적, 부분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고, 안보리 제재도 지금만큼 의견 접근을 보일 때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당국자는 방미 일정동안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 “그랜드 바겐 구상의 발표와 미북 대화 움직임, 다이빙궈 방북 등 북핵과 관련한 여러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 관련국간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북한에 대한 대화-제재 ‘투트랙 어프로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데 모든 나라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에 대해 “이는 기존에 유관국들과 협의해 온 방안”이라며 “‘포괄적 패키지’로 불리기도 했지만 북한에 ‘주는’ 느낌이 강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대안으로 찾게 된 것이 ‘그랜드 바겐’이다. 내용 면에서 전혀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괄 타결’ 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며 과거 북핵 협상을 교훈으로 삼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단계적 접근, 가령 9·19 공동성명은 바로 이행할 수 없는 합의였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협상이 지속됐다”며 “당시로는 의미가 있는 합의들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악용된 점이 있다. 그래서 과거와 다른 형태의 협상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처럼 핵심 부분(핵무기, 핵물질, 핵무기 제조시설의 폐기)이 뒤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중 있는 조치들을 앞당겨서 시행할 것”이라며 “핵폐기의 비가역적 핵심부분을 먼저 시행하면 그랜드 바겐이 의도한 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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