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회담을 여는 데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향후 남북대화의 진전에 따라 미북대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한층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데일리NK에 “북미 간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는 고위급 대화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의도와 조건을 파악해볼 수 있는 수준의 탐색적 대화는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있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미북대화가 성사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일단 미국으로서는 남북대화에 미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지금 국제제재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하고 싶어하고,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더 이상 고도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지금은 일단 남북대화 과정에 미국의 입장이 계속 반영될 수 있도록 한미 간 조율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초점을 맞췄던 미국이 대화 쪽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교수는 “앞으로 남북 대화국면은 더욱 무르익어갈 것”이라며 “지금처럼 남북대화가 계속되면 북한의 의도대로 한미 간에 틈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기존과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정책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대화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 판단하기는 이르며, 당분간은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기존의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 부원장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라며 “또 미국은 지금 북한이 대화로 나오는 것은 결국 제재와 압박이 성공했다는 반증으로 보고있기 때문에 압박과 대화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10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통해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 나갈 것”이라며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