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농락당해…‘테러지원국’ 선물만 뺏겨”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2일 북핵 검증의정서 합의를 위한 6자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 “미국은 북한 김정일에 의해 농락당하고 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미국은 북핵 불능화에는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 채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라는 ‘선물’만 뺏겼다”며 “일각에서는 6자회담 결과에 대해 ‘검증의정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무의미하고 위선적인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정부는 대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에 관해 확고하고 일관된 전략과 로드맵이 없었다”며 “새로 들어설 오바마 정부는 한반도 문제 및 북핵문제에 대해 분명한 전략과 로드맵을 갖춰야 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교섭이 전개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총재는 또 “미국은 북핵 문제 처리에 있어 북한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북핵 폐기에 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 행정부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는 언급들이 많이 나와 심상치가 않다”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오바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처음부터 북핵 폐기보다는 북핵 이동·확산 저지를 목표로 삼고 출범한다면, 우리에게는 재앙의 시작과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교섭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한국 정부와의 의사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 있다”며 “(한미간) 확실하고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도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 검증에서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시료채취를 ‘안보·주권’의 문제라며 끝내 받아들이길 거부했다”며 “이번 회담을 파행시킨 것은 북한”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이번 6자회담 결과 “북한은 상투적 주장을 앞세워 검증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아울러 국제협상 테이블을 대외 선전의 장소로 악용하는 북한 외교의 못된 관성도 재연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부시 정부의 북핵 외교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양파까기 식 양보와 핵심을 밝히기보다는 덮는 식의 협상자세 때문”이라며 “북한을 상대하려면 미봉책은 주머니에서 아예 빼놓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