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달라진 건 없다”..대응기조 유지

미국이 6일 제재 중심의 현행 대북 대응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표명, 북.미간 기싸움의 수위가 가일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강.온 양면책을 써가며 북.미 직접담판 쪽으로 국면을 돌려보려는 북한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현행 기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미국측 메시지가 거듭 확인된 것이다.

동북아를 순방중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시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하고 “북한과 양자대화할 준비도 돼있으나 오직 6자회담의 맥락 안에서 6자회담을 촉진하기 위해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3일 유엔주재 북한대표가 안보리 의장에게 우라늄 농축 성공과 플루토늄 무기화를 언급한 편지를 보낸데 대한 미국 행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응수’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강.온 양면카드를 총동원하며 `제재냐 대화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데 대해 `의도적 무시’ 또는 평가절하하면서 오히려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는 역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날 발언은 미국 백악관의 강경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 학계를 중심으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으나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익히 파악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터프한’ 대북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금 워싱턴의 주도적인 시각은 평양의 움직임이 핵과 무관하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에 대해 종래와는 다른 (투트랙의) 접근방식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즈워스 대표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나라마다 미묘한 ‘온도차’는 있지만 북한을 뺀 나머지 5자의 ‘북핵 컨센서스’를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한 고위당국자는 “현재 5자가 북핵 해결의 유용한 틀로서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를 보낸다는데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즈워스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3일부터 순차적으로 베이징, 서울, 도쿄를 방문하는 데 이어 대표단의 일원인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8일 다시 서울로 돌아와 방한하는 러시아 6자수석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한자리에 모이는 형식은 아니지만 보즈워스 대표를 고리로 간접적인 `5자협의’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초 조기 가시화가 점쳐졌던 북.미간 대화무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양상이다.

북한의 유엔 안보리 서신 발표를 계기로 북.미가 서로 다른 대화의 형식과 조건을 내걸고 대립의 날을 예리하게 세워가는 형국이어서 당장 접점찾기가 여의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선 북.미 양국 모두 외견상 서로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고는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지 대화를 향한 신호음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의 틀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양자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북한측 입장을 간접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북한이 미국에) 대화냐 제재냐를 시한부 양자택일하고 있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길이 열려져 있다”고 힘을 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사실상의 `5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향후 협상국면에 대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자 협의는 6자회담의 형식적 틀을 유지하면서 북.미간 양자대화도 자연스럽게 수용해낼 수 있는 협상구도라는 게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북.미 대화국면이 현실화되려면 일정한 냉각기와 명분축적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위 당국자가 이날 “숨을 짧게 가져가지 말고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미)대화의 시기가 정해진 것이 없으며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다”며 “이렇다할 상황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 시간의 경과가 북한과의 접촉을 정당화할 수도 있으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다른 악재가 생겨나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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