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실질적인 협의”…검증 돌파구 열리나

북핵문제가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로 인해 공전상태에 놓인 가운데 미·북은 북핵 실무 담당자 회동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우드 대변인은 25일 “지난 22일 뉴욕에서 성 김 미국 대북협상 특사가 북한 협상 파트너와 만나 북핵 프로그램의 검증을 주제로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드 대변인은 그러나 이 회동에서 지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북핵 프로그램의 검증에 관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진전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드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이 문제를 놓고 북측과 주기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이 회동에 참석한 북측 협상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이 회동에 관해 많은 것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밝히지 않았다.

또한 검증체계 구축과 관련한 진전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미국과 북한의 뉴욕 회동 사실이 확인됐을 당시 우드 대변인은 “북측 협상파트너와의 대화를 통해 김 특사가 북측의 상황이 어떤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RFA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22일 뉴욕접촉에서 미국은 북핵 검증체계에 관한 모종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북한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보도했다.

방송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앞서 지난 14일 성 김 특사의 방중 당시 중국 측의 중재안을 받았으며, 뉴욕접촉 전날인 21일 백악관에서 제프리 제임스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주재로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등 관계기관 차관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 중재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백악관 대책회의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중국 측의 중재안에 동의했거나 아니면 기존의 검증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고만 말했다.

성 김 특사도 중국과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20일 저녁 극소수 관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중국 측은 미국에 좀 더 신축적인 태도를 취해달라는 차원을 넘어서 검증 체계안과 관련해 모종의 구체적인 권고 즉 제안을 내놨다”고 밝혔다고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김 특사는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북핵 검증에서 핵 샘플 채취, 불시 사찰 등 국제적 기준을 북한에도 적용한다는 점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개리 새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영변 플루토늄 검증안이 논리적으로 타협 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검증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의혹 검증을 분리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12일 북핵 6자 수석대표 회담 이후 북한과 검증체계 구축을 위한 협상을 벌여온 미국은 북한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만족하고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핵검증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플루토늄 뿐만아니라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우라늄 농축의혹 등도 포괄적으로 핵검증체계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최근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한 국제사회 편입과 더불어 IMF·ADB 가입을 위한 미국의 ‘보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일각에선 북한이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을 원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측 검증안을 북한이 거부할 경우 비핵화 2단계는 부시 행정부의 손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시 행정부의 행정·외교력은 한계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6자회담도 장기 공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