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무기거래지원 이란은행 제재”

▲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이름붙인 3개국가운데 이라크를 제외한 북한과 이란의 돈줄을 죄기 위한 미 재무부의 ‘천라지망'(天羅地網)이 연초부터 더욱 넓게 펼쳐지고 있다.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국제금융체제 접근을 차단하는 작업을 총지휘하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은 9일 세파은행과 그 자(子) 은행, 세파은행 총재를 WMD 확산자로 지정, 미국은행과 거래금지 및 미국내 자산동결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4일엔 ‘악의 축’에 버금가는 나라로 간주하는 시리아 기업 3개에 대해서도 애국법에 따른 행정명령 13382호에 근거해 같은 제재조치를 함으로써 WMD 확산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금융수단의 활용을 강화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레비 차관은 특히 민간 금융부문이 이란이나 북한과의 금융거래의 위험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거래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데 따른 증폭 효과”가 크다고 말해, 세계 각국의 정부만 상대하지 않고 민간부문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이들 나라에 대한 금융 차단망을 더욱 옥죄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미 재무부가 금융제재를 강화해나감에 따라 북한과 미국간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가 이러한 전반적인 금융제재 망 속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이미 BDA의 북한 계좌에 대해 위조지폐 등 불법활동 수익금의 세탁용으로 뿐 아니라 WMD 확산 용 혐의도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불법활동 혐의를 인정하고 ‘시정 조치’를 취하더라도 핵과 미사일 문제가 남아있을 때는 BDA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와 무관할 수 없다.

BDA와 마카오 당국을 대변하는 미국의 법률자문사도 지난해 10월 BDA에 대한 미 재무부의 우려대상 지정의 철회를 요청하면서, 지정이 철회되더라도 안보리 결의 등을 근거로 가능한 북한 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동결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재무부 고위관계자들은 WMD를 포기시키기 위한 협상이나 군사수단의 활용이 어려운 ‘회색지대’의 경우 재무부의 금융수단이 협상을 촉진하는 압박수단으로 활용도가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레비 차관이 세파은행에 대해 북한과 이란간 미사일 관련 거래도 지원했다며 양국간 미사일 협력 문제 외에 이를 위한 “금융 연계”도 미국측에 “정말 큰 우려 사항”이라고 말한 것도 주목거리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이란간 미사일 협력만 부각시켜 우려를 표명했으나 두 나라간 “금융 연계”에도 새로이 시선을 돌린 것이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나 장비 도입 대가로 이란이 지급하는 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겨냥한 것일 뿐 아니라 북한이 미국의 그물을 피해 이란 금융기관을 이용해 국제금융체제에 접근하는 것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레비 차관은 이란의 세파은행이 국제금융거래 때 미국의 탐지를 피해 자사 이름을 명기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의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과 이란이 돌아가며 대미 벼랑전술을 쓰는 데 대해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한벌로 묶어 제재에 나선 형국이다.

미 재무부는 세파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란의 Fajr 로켓은 북한이 설계한 다연장로켓을 면허 생산한 것으로 사정 40-100km이고, 샤하브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사정이 최소 1천500km라고 밝혔다.

특히 Fajr 로켓은 “적어도 화학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재무부는 지적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후 일본과 호주가 결의 직후부터 제재안을 밝히는 등 미국에 앞서 대북 제재의 바람을 잡았으나, 이란에 대해선 지난해말 제재결의가 이뤄진 후에도 이란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큰 일본에선 아직 제재론이 본격 거론되지 않고 있다.

레비 차관은 이날 미국의 세파은행에 대한 조치가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결의 이행도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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