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核 장기교착시 南 지지 변화올 수도”

미국 워싱턴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선(先) 북한변화·남북관계 개선’ 등의 전제 조건을 재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북한이 지난달 말 남한과 상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외교 관례를 깨고 남북 비밀 접촉 내용을 폭로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한미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남북대화를 재차 강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비밀 접촉 내용 폭로와 녹취록 공개 엄포로 이명박 정부 임기내 남북대화가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공세가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보지만 아직 남북대화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통일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아직 남북 대화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다. 침착하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비핵화 회담 등 남북 대화 가능성과 관련 “희망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는 문제여서 (대화 성사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만 한다는 결심과 공통된 입장을 우리는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비핵화 회담이 남북관계로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미와 중국이 합의한 3단계 방안(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의 첫 단추인 남북대화 성사를 위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 회담과 남북대화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투트랙 접근을 밝히고 있다. 이는 비핵화회담이 남북대화에 막혀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천안함은 남북간 이슈이며, 6자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는 이슈에서 남북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고 밝혀, 북한의 先 태도변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익명의 국책연기관 연구위원은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당장 미국이 우리 편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한미가 남북관계 개선만 강조해 현 상황이 초래됐다는 입장을 지속할시 향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대남 공세의 의도는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비핵화 회담이 남북관계로 막혀 있는 상황이 지지부진해지면 미국이 현 입장을 유지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5일 “진짜 북남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 무슨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남한이) 북남 비핵화 회담과 ‘천안호’, ‘연평도’ 사건은 별개라며 ‘분리대응’을 떠들고 있다”면서 “이는 조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제동을 걸어보려는 오그랑수(속임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발로 당분간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설사 북한이 비핵화 관련 진정성을 보일 경우, 대화재개가 가능할 수는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대화 모멘텀을 유지되긴 어렵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갖고 중국과 협의한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5일 하와이에서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은 앞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에서 재차 확인된 ‘先 북한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중국에 재차 동의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 관영언론의 보도를 보면 북한과의 ‘호혜협력’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데 이는 일방적인 관계였던 과거와는 다른 것”이라면서 “중국은 남북이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단계 방안의 교착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역시 선 남북대화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남 공세 행보로 중국이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만약 중국이 북한 카드로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면 先 남북대화를 넘어 비핵화 회담 개최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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