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신고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먼저 북한 핵관련 정보를 공개해 북한의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 그룹 내에서 제기됐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ISS)의 데이비 올브라이트 소장은 31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북 핵관련 정보를 밝히고 북한의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며 “북한은 공개된 핵 정보를 시인하거나 다시 고칠 수 있고, 아니면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기존의 부인 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안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가다가는 북한 핵문제를 차기 또는 차차기 미국 행정부까지 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핵 신고를 유도해냈던 사례로, 우라늄 농축활동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와 관련 있는 알루미늄관에 대한 정보를 미국이 북한에 제시해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냈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핵 정보가 공개될 경우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6자회담을 파국으로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 핵정보 공개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북한의 핵의혹을 벗기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북한의 핵관련 정보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미 의회와 국민에게 밝히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미국의 핵 정보 공개시 북한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몰라도 압력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 기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북한이 부인하자, 핵 기술 제공에 관여한 북한 관계자들의 명단을 최근 미북 핵 협상 때 북측에 제시했다고 조선일보가 1일 고위 외교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미북 제네바 회동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명단을 제시하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김 부상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안”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는 것.
한편, 북한 핵 관련 정보를 미국이 공개하라는 제안에 대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정보를 공개할 경우 미 정보기관의 정보취득 방법이 노출될 수도 있어 북한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핵정보에 대한 원천과 취득 방법을 공개한다면 북한은 크게 환영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 신고할 필요가 없는 것을 미리 알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핵 비밀을 좀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 과장도 “북한의 핵정보를 일반에 다 공개하면 북한은 기껏해야 공개된 것만 신고하려 할 것이 뻔하므로 미 정부가 이 같은 구상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 정부가 전술적으로라도 그런 구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클링너 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과 핵 신고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의 유연성은 발휘할 수 없다”며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핵확산 활동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을 계속하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반발을 키우는 한편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압박책을 활용할 지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책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존 페퍼 미 국제관계센터 국제담당 국장은 “국무부가 여러 가지 타개책을 궁리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인책 즉,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를 활용하지 않으면 핵 신고를 둘러싼 현 교착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