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문제’ 에서 `북한문제’로 정책 선회하나?

미 행정부가 핵문제와 그 이외의 북미 양자 현안을 병행 해결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 행정부의 방향 선회 조짐은 16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 발표하면서 북한의 위폐와 마약 불법거래, 미사일 위협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따른 국가적, 경제적 안보를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한데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의 핵심이 ‘북핵 문제’의 우선 해결에 있었다면, 이제는 북미간 현안을 망라한 ‘북한 문제’의 해결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9일 “북한 문제가 전면화하는 양상”이라며 “미 행정부가 종전에는 북핵이라는 안보 이슈가 잘 되어야 북미 관계개선, 개혁.개방, 체제변화의 순서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려 했다면 이제는 북핵과 그 밖의 사안을 병행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또 NSS에서의 대북 언급과 관련, “예전에는 핵이 초미의 관심이었고 핵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김정일 정권의 변환을 위한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것이며, 그 수단으로 위폐 압박 등이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선회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 마약, 위폐 등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현안을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것은 사실상 북핵 문제의 우선 해결 방침을 재검토하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자칫 6자회담 틀 자체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6자회담이 무력화한다면, 미국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북미 양자회담으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불가하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 제안에 따라 6자회담이라는 다자의 협상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미 행정부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6자회담에 조기 복귀해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NSS 발표에서 북한을 “심각한 핵확산 도전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지목하고,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과 함께 북한이 북핵 공동성명을 이행하도록 계속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 행정부가 입으로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위폐, 인권 등의 문제 제기를 통해 난관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회담에 나갈 수 없도록 해 6자회담의 틀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자체의 북핵 6자회담 전략은 물론 기존 대북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변화의 방향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변화는 아직까지 정책화된 수준이 아니며 중장기 전략일 공산이 크고 그 방향과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만큼 일단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되면 한미관계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한미관계가 그때 그때 발생하는 이슈와 각론을 협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을 취했다면 앞으로는 미래한미동맹과 한미관계에 대한 위상과 내용에 대한 총론적인 합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한미관계 재조정 논의는 1월19일 워싱턴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차관급 대화에서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또 미 행정부의 새 대북 접근법이 최근 북한과 중국간 ‘경제 밀착’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중간 경제 교류협력이 급속도로 강화되는 것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북핵문제의 해결로 유도하기보다는 현재의 ‘불법적인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미 행정부가 판단할 경우 그에 대한 ‘견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중국 기대기가 더 강화될 경우 자칫 ‘예속’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동북아 구도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북중간 경제 밀착은 양국이 최근 물류 수송을 늘리기 위해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 사이에 새로운 차량용 철교를 건설키로 합의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이를 신의주 경제특구 추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일심동체 격인 일본은 이미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감지한 듯 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이 15일 자국 의회에서 북.일간 무역은 지난 4년간 절반으로 줄었으나 한.중 양국의 대북 무역액은 크게 늘었다면서 “두 나라가 북한을 도와주고 있으며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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