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압박.봉쇄’ 대북기조 수정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강경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

출범 당시 대화와 포용(engage)에 초점을 두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잇단 도발 행위와 대화 거부로 봉쇄와 압박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미국의 대북기조 변화는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의 17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워싱턴 포린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공식화됐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의 접근법을 변화시킬 시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새로운 접근(new approach)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우리는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동시에 대량살상무기나 기술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미국 정부의 노력이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했다는 분석은 적지 않았지만, 고위 외교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얘기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미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협상용으로 핵카드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쑥 들어갔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기로 선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성 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의 입지가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15일 국무부 안팎의 대북 라인이 대거 참석했던 북한 관련 백그라운드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비관론이 확산된 것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4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제안을 북한이 거부하면서 북미간 고위급 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은데 이어 5월 2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기조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봉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고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바꾼 듯 하다.

봉쇄.압박 전략 이행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 러시아에 외교적으로 공을 들이고, 북한 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 대북 금융봉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강경 기류의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여전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거듭 손짓하고 있다.

다만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대화로 돌아서더라도 실패로 끝난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와 같은 단순한 대화 복귀는 안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 자체가 아니라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크롤리 차관보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 문(협상의 문)을 통해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매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어정쩡한(half-way) 조치에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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