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강경조치’ 구체화 착수

미국은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강경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들과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미국은 당초 공언한 대로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4개국 순방은 강경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강조하는 외교적 해결 원칙은 북한이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 등 전제조건을 거론하며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강경 대응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4일부터 미국을 방문했던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 정책실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등 미 정부 고위관리들과 연쇄 접촉, 북한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한 양국의 중단기적 조치에 대해 협의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당시 송 실장과의 회동에서 원칙적인 대처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힐 차관보의 순방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한국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사전에 파악한 미국의 강경조치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조치로는 ▲남북 장관급 회담 재고 ▲대북 경제지원 재검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조정 등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7일 밤 입국하는 힐 차관보의 서울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정부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과 관련, 미국측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실질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대목도 미국과의 협의를 토대로 한 발언”이라며 “다만 남북회담 등에 대해서는 숙고 끝에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제기할 여러 가지 조치 내용을 놓고 한미간 실무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유엔 차원의 비난결의안 또는 강력한 경고의 뜻이 담긴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한편, 1999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해제했던 대북 재제 조치를 복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사일이나 핵 관련 물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동해상 이동을 차단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한 봉쇄작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실질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석유 공급 제한이나 경제지원 재고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강경 제재에 적극적인 일본은 이미 미사일이 발사된 5일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고 인적교류제한과 북.일간 전세항공기 취항금지 등 다각적인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힐 차관보는 8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대응책과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한 뒤9일 일본으로 출국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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