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자회동’ 상설화 추진 배경과 전망

미국이 6자회담 외에 별도의 동북아 다자안보 회동을 상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자회담이 정체된 상태에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북한을 고립시키고 6자회담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28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호주·뉴질랜드·캐나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총 10개국 외교장관 회동을 가졌다.

미국은 이어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미·일 3자와 호주·뉴질랜드·캐나다·인도네시아·필리핀의 외교장관이 참석한 ‘8자 회동’을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올 11월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한번 다자회동을 갖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미국은 동북아 안보 현안을 둘러싼 다자 외교장관 회의의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다자회동을 개최하는 미국의 의중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7월 ARF 때 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우리는 동북아 안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모여서 협의하길 원한다”면서 ARF와 같은 안보협의체가 있는 동남아와 달리 각종 안보현안이 산재한 동북아에는 안보협의 틀이 없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또 “우리는 전체적인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논의하고 안보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해 다자회동이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다자협의체 구성을 주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낳았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동북아판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구상은 사실 오래 전부터 거론돼왔다.

논의의 골자는 북핵 문제가 시급한 안보현안으로 자리잡은 만큼 북핵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현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로 격상시키자는 것.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이사회(NAC) 특별회의 연설에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 창설이 모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다자회동이 상설화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달가와 할 리 없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10자회동 ’을 갖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제외한 채 열리는 다자회동은 북한을 압박 또는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동북아 다자협의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일부 국가들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힐 차관보를 비롯한 미측 인사들은 “다자회동은 6자회담을 지원할 뿐, 6자회담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다자회동이 6자회담의 동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회동은 굵직굵직한 다자 외교이벤트가 열리는 계기를 활용하는 차원 이상으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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