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핵신고’ 가이드라인 제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경수로도 제공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북한 설득에 가세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30일 매사추세츠 암허스트대학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핵계획 신고를 할 경우 “우리에게 제시할 총량이 30~40㎏쯤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이 5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던 그가 북한의 신고량을 30~ 40㎏ 정도로 추산하면서도 ‘불만족스럽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도 ‘이 정도 양이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은연중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힐 차관보가 “우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개발했다는 것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 것도 북한이 그간의 UEP 추진상황에 대해 진실하게 해명만 하면 더 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이 엿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하지만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원칙에 있어서는 미국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는 31일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신고해야 미국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거론됐던 ‘부분적 신고만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힐 차관보도 “북한이 시리아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협력해 왔음을 최근 수 개월 사이에 인지했다”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촉구했다.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서는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을 비롯한 핵확산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정확한 신고를 거쳐 핵폐기를 할 경우 얻게 될 ‘당근’도 제시됐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한 학술회의에서 “경수로가 제공되지 않으면 핵폐기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수로 제공시점을 ‘비핵화 과정이 마무리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따를 때’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핵폐기의 상응조치로 경수로 제공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북한이 간절히 원해온 경수로 제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에 UEP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조속히 핵폐기 단계로 넘어가자는 촉구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 본부장이 이날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핵시설 해체 및 핵기술자 재교육 등을 추진하는 ‘위협감축 협력프로그램(CTR)’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CTR의 일종인 ‘넌-루거 프로그램’으로 핵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발전을 이룬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북한도 핵만 포기하면 국제사회의 자금과 기술이 투입돼 경제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31일 방북한 미 국무부 성 김 한국과장이 북한의 관리들과 북핵 신고 문제 등에 대한 협의에 들어가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2일까지 북한에 머물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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