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핵검증 後테러지원국 삭제’ 강경

미국 정부는 26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6자회담 합의 위반’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북한이 먼저 핵신고 검증체제에 합의해야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원칙’을 고수, 강경하게 맞섰다.

백악관은 북한의 발표가 있은 직후 북한이 불능화 재개를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연계시키고 있음을 상기시킨 뒤 북한이 먼저 핵신고내역 검증체제에 합의, 약속을 이행하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할 것임을 거듭 역설했다.

북한이 `불능화 중단’이라는 강공책을 구사하며 미국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미국은 북한측에 `선(先)핵검증합의 후(後)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강조하며 맞받아쳤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에 대해 더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신고시한이었던 2007년말 연말을 6개월 가까이 넘기고, 핵신고내역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핵기술 이전 활동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미국내 대북강경파들이 반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26일 북한의 핵신고를 받아들였다.

또 당초 약속대로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 폐지를 곧바로 지시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의회에 통보하는 등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위한 절차도 착수했다.

영변핵시설을 불능화시킴으로써 당장 북한이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중단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에서다.

대신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신고 내역에 대한 검증체제에 합의해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발효토록 하겠다고 조건을 달아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라는 열매만 따먹고 핵프로그램 폐기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해뒀던 것.

하지만 북한은 핵신고 내역에 대한 검증 메커니즘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만을 요구해왔고,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의회통보기간(45일)이 지나자 곧바로 불능화 조치를 중단,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는 등 일각에서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대해 이처럼 강경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영변 핵시설 불능화가 상당 정도 진척돼 북한이 원상복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감안된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11가지 불능화 조치 가운데 현재까지 8개를 완료했고, 폐연료봉 인출.미사용연료봉 처리.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등 3개가 남아 있는 상태다. 또 페연료봉 인출도 55~60% 완료됐다.

더욱이 미국은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해체라는 당초 11개 조치 이외의 성과도 얻어낸 바 있다.

애초 6자회담에서 11개 불능화 조치에 대해 합의했을 때 북한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평가돼왔다. 물론 현재까지의 불능화조치를 고려할 때 원상복구까지 얼마나 걸릴 지는 쉽게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단계 가운데 8단계까지 마무리됐고, 냉각탑마저 폭파된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핵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핵시설 복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단기간내에 이를 성사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이후 순항하는 듯했던 북핵문제가 다시 미국과 북한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됐고,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아 북핵 문제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과제로 그대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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