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성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미국 실무진이 2박3일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24일 서울에 도착했다.
외교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실무진은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서울에 도착했고, 현재 워싱턴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방북 협의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평양 방문에 대해 “협상에서는 핵신고서 내용을 비롯하여 10∙3합의 이행을 마무리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이 토의됐다”며 “협상은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진행됐으며 전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일단 서울에서 대기중인 성김 과장 일행은 워싱턴 지시를 받은 뒤 다음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외교부의 북핵 당국자들과 이날 양자 협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과 원자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미국 실무진은 북측과 플루토늄 관련 사항을 다룰 공식 신고서의 내용과 검증 절차에 대해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과장은 2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 “내일 평양에 올라가 북한 원자력총국 및 외무성 인사들과 만나 핵신고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검증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미국은 플루토늄 문제는 공개신고, UEP∙핵확산 의혹에 대해서는 북한이 간접시인(acknowledge)하는 비밀신고 방식을 제안, 북한과 절충에 들어갔고 상당부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UEP∙핵확산 의혹 보다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미국 측은 공식 신고서에 담겨야 할 플루토늄 관련 내용으로 ▲플루토늄 총량 ▲핵 탄두 개수 ▲플루토늄 추출 과정과 직결되는 영변 5MW 원자로 등 관련 핵시설의 가동 일지 ▲핵 활동 관련 시설 목록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미∙북 접촉 결과가 순조롭게 진행된 경우 북측은 곧바로 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등 관련 상응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6자회담도 재개돼 핵신고에 대한 ‘검증’ 절차 등과 차기 단계 진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일단 북한과의 과거 협상 경험을 보면 최종 순간에 예상치 못한 돌출변수가 나와 시간이 지체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북한이 핵 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때까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한 이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시리아 핵협력설과 관련한 의회 브리핑에 따른 미국 내 여론의 변화도 변수다.
특히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2007년 9월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하기 전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 하에 여기에 촬영된 핵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비디오테이프가 미국국회 의원들에게 보여질 것으로 알려져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북한에 양보만 했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을 강하게 비판해왔던 의회 내 강경파들이 이번 브리핑을 통해 ‘물증’이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미북간 벌여왔던 핵협상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핵신고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내 반발이 거세질 경우 시리아 핵확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던 북한의 반발도 예상돼 북핵 6자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