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공격 대비한 평양지하철 침수…안보에 구멍?

▲ 평양 지하철역 내부 모습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북한 전역에 걸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철저하게 안보차원에서 건설된 평양 지하철역 일부가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평양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저지대 지역의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지하철 역의 경우 개선문(개선역)과 보통문(부흥역)을 지나는 3~4개 역이 침수돼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1973년 9월 첫 운행을 시작한 평양 지하철은 철저하게 안보용으로 건설됐다. 도심 지하의 군사용 시설과 연계돼 ‘초대형 벙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승강장 입구는 60∼80t의 두꺼운 아연 재질의 문이 설치돼 핵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하철 노선은 남북으로 뻗은 ‘천리마선'(부흥-영광-봉화-승리-통일-개선- 전우-붉은별)과, 동서를 횡단하는 ‘혁신선'(광복-건국-황금벌-건설-혁신-전승-삼흥- 광명-락원)의 2개 노선으로 돼 있다.

또한 지하철 역사 내부는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고, 벽면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벽화와 조각으로 장식돼 ‘지하 궁전’이나 ‘지하 평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화려하다. 이 때문에 평양 지하철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로 통한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된 것으로 알려진 ‘부흥역’과 ‘영광역’은 내부가 가장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직접 태우고 운행하는 구간이다.

이와 함께, 평양 지하철 침수사태는 단순 수해로 보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명의 수도’ 평양을 미국의 핵공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한 지하철역이 침수된 것은 말 그대로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막연하고 낙후된 북한의 방공개념의 취약성이 자연재해로 드러난 꼴”이라며 “북한이 핵공격을 대비해 건설한 지하철역이지만 이미 미국의 첨단 기술 개발에 의해 무력화 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 씁쓸한 것은 방공호로 쓰기 위해 지하 깊숙이 건설한 지하철역이 북한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라면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어야 할 지하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