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차기 외교위원장 “북한 덫에 빠지면 안돼”

일리애나 로스-레티넌(Ros-Lehtinen) 차기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은 4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북한의 덫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대북 압박 강화를 주장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 구상찬 의원을 미 하원에서 만난 뒤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은 외교적 대화와 경제 원조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침략과 살인을 저지른 역사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통탄할만한 행위를 저지른 상황에서 우리가 그러한 덫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국가들이 북한에 맞서 단결된 태도를 취하고, 북한이 그들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이 새로운 외교적 노력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북한이 핵확산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추가 대북 경제지원은 중단한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은 중국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러한 입장은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남 위원장은 “강력한 군사적 대비태세는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한국에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로스-레티넌 의원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줄곧 주장해 왔다. 그의 이번 발언은 한국 정부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최근 한반도 국면이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는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존 볼턴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중대한 실수(significant mistake)’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볼턴 연구원은 “그동안 6자회담 재개를 거부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는 한국에 대해 대화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지금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을 드러내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