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국제관계위 청문회 대북정책 논란 예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강력한 대북 인권정책을 주장하는 민간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정보를 주입하는 게 북한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보고 미국의 대북 방송과 한국의 탈북자 등이 운용하는 대북 방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15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대북정책 청문회에서, 데이나 로라배처(공화) 의원이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에게 “북한 정권의 성격에 관해 북한 주민을 교육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새로 추진한 게 뭐냐”고 몰아붙인 것도 북한에 대한 외부정보 주입 노력을 강화하라는 뜻이다.

번스 차관은 처음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가 로라배처 의원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힐난하자 “북한은 지상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라며 “북한엔 미국 관리도 없고,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도 없고, 영사관도 대사관도 없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북한에 미국 관리와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있으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 유입이 훨씬 수월할텐데, 부시 행정부가 택한 북한 고립화 정책 때문에 북한 정권붕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정보 유입 전략에 제약이 많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에 낙선한 짐 리치(공화) 동아태소위원장이 이 점을 포착했다.

톰 랜토스(민주) 의원과 함께 방북하기도 한 그는 “북한이 인류사상 가장 고립된 나라라면, 그 수도에 미국의 대표부를 두지 않는 게 어떻게 미국의 국익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간선거 후 처음 열린 이날 청문회는 앞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 논란을 예고하듯, 의원들과 번스 차관 간 질의응답보다는 번스 차관을 매개로 의원들 간 다양한 의견이 충돌을 빚었다.

대북 정책에 대한 논란은 북한 핵과 인권유린의 불용이라는 공통된 전제아래, 강압 일변도냐 포용이냐의 전략을 놓고 대체로 당 소속에 따라 갈렸으나, 같은 당내에서도 상대당 기조에 가까운 의견을 내는 의원들도 있었다.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브래드 셔먼(민주) 의원은 “최대한도의 당근과 최대한도의 채찍, 그리고 최대한도의 집중”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최대한도의 당근은 북한 정권이 바라는 대로 불가침협정 체결을 제안하는 것이고, 최대한도의 채찍이란 중국과 한국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우리를 실망시켜온 데 대한 우리의 대응이란 게 자유무역협정(FTA) 제안이고,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자국 이익만 챙기는데도 우리는 우리 시장을 활짝 열어두겠다고 한다”며 “우리와의 무역관계가 북한 핵을 다루는 방식에 달려있다는 점을 약간만 외교적으로 암시”할 것을 주문했다.

로라배처 의원도 “중국은 특히 북한의 핵무기 확산 문제에선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아니면, 그렇게 알려주기만 하면 우리는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이러한 의구심 제기에 번스 차관은 “북한 정권에 대한 베이징의 좌절감은 대단했으며, 지난주 베이징(北京) 방문에서 나눈 대화로 볼 때 다소 분노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도우려 했다는 것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핵실험 사실에 대한 명확한 반대입장을 전해왔고, 핵무장한 북한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 핵산업의 전면 폐기가 중국의 정책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9.19 공동성명의 완수 결의를 보여줬고,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문자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북 식량 원조 =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됐음에도 로라배처 의원은 “북한 주민들 먹이라고 아직 식량을 주고 있느냐”고 묻고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 정권이 식량 살 돈을 핵무기 개발에 쓰도록 허용하는 것이므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북한 같은 나라에 대한 원조 중단 대상에 식량도 포함시켰다가 쌀과 밀 등 잉여농산물 처치에 애먹던 농업계의 거센 압력 때문에 식량은 예외로 하는 입법을 한 사실도 로라배처 의원이 모르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짐 리치 의원이 다시 나서 “어떤 종류의 원조이든 모두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있으나 인도주의적 원조와 다른 전략 품목들은 구분해야 한다”며 “미국이 전쟁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 한, 어떤 나라에 대해서든 식량 지원을 끊는 것은 큰 실책을 범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미 의회가 식량지원에 반대하는 기록을 남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번스 차관도 “북한 정부나 군이 원조식량을 훔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북한에 인도주의적인 필요성이 생길 경우 식량 원조를 재개할 가능성을 닫아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헬싱키 접근법 =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 의원은 옛 동구권과 소련의 붕괴에는 “군축도, 봉쇄도 중요했지만, 레흐 바웬사의 노동권 운동과 종교자유로부터 시작된 인권문제” 접근법이 결정적이었다며 “인권문제에 더 많이 역점을 둘수록 핵위기도 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치 의원은 “북한과 동구는 유사점이 매우 적다”며 “냉전시대 폴란드, 헝가리, 체코 정부는 친미가 아니었으나 주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미적이었는데, 북한은 주민도 친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전략이 북한 주민도 겨냥해야 하는데, 우리는 북한 주민과 비접촉(non-engagement) 정책을 갖고 있는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엔 레흐 바웬사도, 노조도, 지식인 운동을 이끄는 하벨도 없고, 김정일(金正日) 유일의 대안이 있다면 군대 뿐”이라고 그는 지적하고 “정권교체를 겨냥한 전략은 미국의 이익에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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