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와 북핵 함수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현재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대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거나, 이보다 가능성은 작지만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될 경우 부시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의회 판도가 변하더라도 대내외 정책의 수립과 집행권을 가진 행정부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대북 정책의 변화로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선거의 압도적 쟁점은 이라크전이기 때문에 선거 후 2008년 대선까지 내다본 미국 정치권의 논란도 이라크 정책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 저지라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총체적 실패론이 제기됐고, 의회에선 이미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온건파 중심으로 대북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 후엔 이란 핵위기도 다시 고조될 전망임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의 대외 안보정책의 주요 요소로서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논쟁이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에서 안보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드문데도 이번 선거에서 이라크전에 다른 모든 쟁점이 가려진 것은, 부시 행정부의 현 대외정책이 계속되는 한 2008년 대선에서도 안보문제가 핵심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 제네바 합의를 비롯한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의 공격에 이렇다할 반격을 하지 못했으나,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민주당 행정부 때는 적어도 핵실험은 없었다”는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의 답변을 궁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 후 당장 예상되는 것은 이라크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 이란 등 주요 안보문제들에 대한 의회의 각종 조사와 청문회의 활성화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는 최근 외신기자 상대 중간선거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이길 경우 “즉각적인 영향”은 이라크전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청문회와 조사,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일부 주요 장관들에 대한 (사퇴) 압박 증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의회는 ‘북핵 불용’이라는 목소리를 행정부보다 더 높이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 정책의 재검토와 전환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이미 국방수권법을 통해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대북협상 감독권을 가진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와 상원 외교위원회에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중진들도, 짧은 대화와 긴 교착 또는 긴장을 되풀이하는 현 대북정책을 전환,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북에 최종계산서를 들이미는 방식을 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의회의 정책 전환 압박에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는 보는 눈에 따라 ‘반발’과 ‘수용 또는 타협’으로 나뉜다.

그러나 일단은,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전략의 최대 성과라고 자랑하는 ‘6년만에 중국까지 찬성한’ 대북 제재의 칼을 빼든 마당에 한번 휘둘러 보지도 않고 칼집에 다시 넣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도리어 선거가 끝남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몰고올 긴장고조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부담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그동안 의지만 밝히고 미뤄뒀던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정권을 내파시킬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2개월이면…”이라고 말한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나 부시 행정부내 일부 강경파의 희망대로 이러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 의회의 대 행정부 압력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에도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새해초 새 의회 구성과 함께 부시 행정부는 의회와 대립이냐 절충이냐의 선택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커트 캠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부소장은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핵 설명회에서 “중간선거 결과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든, 내년 2월이나 1월초 새 의회가 개원하면,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이 ‘이제 그만. 우리는 우리 길을 가겠다. 더 이상 백악관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의회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이 끝나면 말해줘’ 식이 아니라, 전 분야의 이슈들에 대해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에만 국한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대북정책 전환 요구를 수용,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대북정책 전환 압박에 대립을 택할 경우 북핵 문제는 북.미간 교착 뿐 아니라 미국내의 행정부와 의회간 교착에 동시에 갇히게 된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북한 핵문제에 미 국내 정치적 변수가 강하게 반영되는 결과를 빚음으로써, 북한 핵문제의 전망이 트이기보다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불분명한 의도와 함께 안개가 더 짙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한국에서 2008년초 새 정부가 들어서도 그해 미국의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확정할 때까지 북한 핵문제와 이의 해결을 위한 한.미의 공조는 여전히 출구를 못찾고 있을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민주당이 일반적으로 공화당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소극.부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의 타결이 더 어려워지고, 정부간 협상은 타결되더라도 의회 인준 과정에서 반대가 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지난달 18일자 ‘동아시아 지역 구조:새 경제.안보장치와 미국의 정책’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의 효과와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며 “미국이 추가로 FTA를 체결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미 의회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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