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기게양, 한미동맹 현주소 확인

미국이 한국전 종전일을 기념해 27일 주요 연방정부 건물 등에 일제히 성조기 조기를 게양한 것은 한미간의 두텁고 긴밀한 동맹관계를 재확인시켜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미국의 조기게양은 일회성 또는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와 마찬가지로 조기를 달도록 지시한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마디로 한국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참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를 제도화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특정한 개별전쟁을 기리기 위해 처음으로 조기를 다는 기념일을 지정했다는 것은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이 아닌 `살아있는 전쟁’으로 미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역사적 의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4일 발표한 포고문에 그대로 담겨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56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면서 “모든 미국인이 이날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고 감사하는 적절한 기념식과 활동을 하는 날로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

여기에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부터 각종 전쟁 참전용사(베테랑)에 대한 처우개선을 강조해 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보훈정책도 한국전 종전일을 기념하는 이번 성조기 조기게양 실현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후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과 한국전은 물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한 용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돌아온 뒤 조국에서 냉대를 받아서야 되겠냐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논리다.

지난 2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 전선에 투입됐던 필리핀인 참전용사 1만8천여명에게 총 1억9천800만달러의 보상금을 경기부양자금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크게 봐서 미국이 참여했던 전쟁에서 고생했던 베테랑들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들 필리핀인 용사들은 당시 정글에서 미군의 지휘 아래 게릴라 소탕작전에 투입됐으며, 오바마 정부 출범을 계기로 60여년만에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현재는 미국시민이 된 베테랑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발의된 끝에 빛을 보게된 데는 한국 정부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지난 5월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한국전쟁 알리기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온 존 워너(82) 전 의원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여했다.

당시 워너 전 의원은 “나의 전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나 그들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며, 한국의 주권과 자유를 지키는데 보탬이 됐다”며 오늘날 주요 경제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을 지켜내는데 일조했다는 자긍심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한국의 대외무기판매지위(FMS)가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수준으로 격상된 것이나,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 연방하원이 북한의 대남 적대행위 중단 및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번 조기게양이 결실을 보도록 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미군은 한국전쟁에서 3년여동안 5만4천246명이 전사하고 8천176명 이상이 전쟁포로로 잡히거나 실종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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