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당국, 2002년 6월 北 HEU 추진 결론”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라늄농축(HEU) 핵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고 이미 2002년 6월께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지만 한국에는 그해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에나 알렸다는 주장이 18일 제기됐다.

부시 행정부 집권 초기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 `실패한 외교-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비극적인 이야기’을 통해 이같이 기술, 당시 김대중 정부와 부시 행정부간에 대북정보교류가 원활치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2년 6월말 북한,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개발 추진 확신” = 프리처드 소장은 회고록에서 자신은 대북특사를 맡고 있던 2002년 6월말께 당시 얻은 정보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일정 정도의 장비와 전문지식을 확보하고 새로운 핵프로그램에 착수했으며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우라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만장일치로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서해교전 직후에도 북한의 HEU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지 않았고, 그해 8월 북한 신포에서 있었던 대북경수로사업 콘크리트 타설식 때도 알리지 않았으며 두 달 뒤인 10월 켈리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에 서울과 일본에 들러 한국과 일본측에 이를 알렸다고 소개했다.

◇”`서해교전 무시해 달라’ 한국정부가 요청” = 프리처드 소장은 또 지난 2002년 6월29일 서해상에서 남북한 해군이 충돌, 한국군 장병이 목숨을 잃은 서해교전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측에 “(서해교전의 파장을) 무시하고 7월10일 예정된 미국 협상대표단의 평양방문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비화를 밝혔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대담한 대북조치’로 불리는 북미관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서해교전에 따른 한국내 여론 악화 및 이미 파악한 북한의 HEU 프로그램 개발 착수 때문에 대표단의 방북을 연기키로 하고, 7월1일 평양에 이를 통보했다는 것.

◇북한의 HEU 시인 = 프리처드 소장은 회고록에서 `제2의 북핵사태’를 몰고왔던 북한의 HEU 프로그램 시인 안팎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 눈길을 끌었다.

2002년 10월 3일 군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한 켈리 차관보는 도착 직후 북한의 HEU 의혹을 제기하며 추궁했으나 4일 오전까지도 북한 외교부 김계관 부상은 이를 `미국의 조작극’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4일 오후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상은 “우리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유고슬라비아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맞아죽게 될 것”이라며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으나 구체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프리처드 소장은 밝혔다.

프리처드 소장은 강 부상의 HEU 시인 발언이 있은 뒤 보고서를 만들어 당시 평양주재 영국 대사관을 통해, 워싱턴 주재 영국대사관을 거쳐 보고했다.

이로 인해 곳곳으로 정보가 새어나가 대북강경파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먼저 보고를 받았으며 미국 협상대표단이 평양을 떠나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미 공군 대령조차 이 소식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부시-DJ 첫 전화통화부터 `잘못된 만남'” =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었던 프리처드 소장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통화시 배석했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김 대통령이 대북포용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길게 설명하자 부시 대통령은 불편한 듯 수화기의 밑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이렇게 순진한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군(Who is this guy? I can’t believe how naive he is.)”라고 말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그는 상급자의 지시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 대통령 대선과정, 대북햇볕정책, 노벨상 수상 이력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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