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김정일 사후 장성택이 중요한 역할”

미국 정보기관에서는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사망할 경우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보기관은 최근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세 가지 경우로 나눠 상황 별로 권력 승계와 북한 내부의 안정성 지속 여부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동아일보가 워싱턴과 서울의 소식통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은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정신적 장애가 아닌 신체적 장애’만 있거나 ▲‘무력화 상태(의식불명)의 장기화’ ▲‘사망’ 등 3가지 경우로 나눴다.

① 신체적 장애만 있을 경우=신문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은 우선 김정일이 신체적 장애만 있을 경우 자신의 매제인 장성택 행정부장과 실질적인 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 국방위원회 과장을 최소한의 권한을 가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배후 조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김정일이 중요한 결심을 할 때 자문 역할을 하는 참모 그룹을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각종 정책이 개인 비서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또한 대리인이 생길 경우 김정일은 외교 정책과 안보 문제에만 직접 개입하고 나머지 사안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미 정보기관은 전망했다.

그러나 노동당과 군 원로들은 김정일의 장애 발생 이후 처음 몇 개월 동안만 대리인을 인정할 것이고, 상태가 지속될 경우 후계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② 무력화 상태 장기화=두 번째로 김정일이 의식불명 등 무력화 상태라면 권력승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분이 발생할 것으로 미 정보기관은 분석했다.

김정일이 생존해 있는 한 새 대리지도자가 통치에 대한 정당성과 권한을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며, 정치 집단간의 경쟁으로 권력승계 절차가 복잡하게 얽히고 불확실성이 대두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 김정일이 회복할 것 같지 않다는 징조나 의심이 증폭될 경우 대리지도자는 통치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 때까지 각계각층으로부터 동의를 받는 한편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 사망할 경우=마지막으로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북한 통치구조는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고위 군사지도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 행정부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집단지도체제 구성원들은 지난 수 십 년간 김정일과 그 부친인 김일성에게 충성을 해왔기 때문에 김정일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집단지도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북한 통치에 대한 연속상과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 역할은 김정일의 세 아들 중 하나가 아닌 장 행정부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차남인 정철과 삼남인 정운은 아직 20대로, 경험이 부족하고 북한 주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미 정보기관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지도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정일이 그동안 주변 인물들의 권력 집중 가능성을 막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왔다는 점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인사들 간에 경쟁과 충돌이 불가피하는 것이다.

한편, 미 정보기관은 김정일이 무력화 또는 사망하더라도 북한 체제가 급속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내부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수십 년간의 1인 독재 체제를 가능하게 한 세뇌교육 ▲현재 구조 내에서 특권과 혜택을 받고 있는 노동당과 군부의 엘리트들이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꼽았다.

미 정보기관은 이를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및 관련 부처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미 정보기관이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볼 때 그의 건강상태를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이를 참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