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억지력 약화 우려 전작권 이양 연기”

지난달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고 언급한 뒤, 전작권 이양 재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국 해병참모대 교수은 7일 아시아재단의 한미정책연구센터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3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전작권 이양은 “한국군이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벡톨 교수는 “한국군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 북한의 위협에는 충분히 맞서 싸울 능력이 있지만, 고도로 진화한 북한의 비대칭적 위협을 억지·패퇴시키는 데는 여전히 미군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벡톨 교수는 최소 600기에 달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비무장지대에 전진 배치된 장사정포, 게릴라전을 통해 한국 내 소요를 일으킬 수 있는 특수작전부대 등을 북한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꼽았다.


그는 “미 행정부는 남한에 필요한 군사전력을 다뤄나가는 과정에서 바로 이처럼 남한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비대칭 전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한국군이 북한의 발전된 비대칭 전력을 2012년까지 극복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이 필요한 무기획득, 훈련, 군 인력 강화 등을 충분히 달성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것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충실한 동맹(한국)의 안보와 안전을 보장하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 교수도 최근 발표한 ‘전작권 전환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란 글에서 전작권이 이양될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맞물려 대북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작권 이양 문제는 단순히 한미 간의 사안이 아닌 미국의 전반적인 국방정책인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며 “군사력의 유연한 운용을 원하는 미국으로서는 전작권을 한국에게 이양함으로써 군대를 한반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우선 주한미군이 차출될 시 대북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충돌 등에 투입돼 원하지 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전작권 이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한반도에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주한미군이 해외로 차출될 시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투입이 더욱 더뎌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선제도발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작계 5027에 따르면 미국은 90일 안에 5개 항모 전단을 포함한 160척의 함정, 항공기 2,500대, 육군과 해병대 69만 명을 한반도에 투입토록 되어있으나, 주한미군이 차출되면 이러한 계획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방한한 캠벨 차관보를 통해 미측에 전작권 이양 시기 연기를 위한 재협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차관보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의 강력한 파트너 국가로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한국 내부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것이 전작권 이양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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