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차기 정부가 ‘받을 것은 받아내는’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미국의 대북전문가가 11일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 : 성과와 전망’ 국제학술회의에서 남한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폭넓은 통합전략을 구사해 외부 국가들을 활용,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클링너 연구위원은 “남한은 북한의 압박전술에 순순히 응해서는 안 되며 북한이 국제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된다는 주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단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따른 남한의 혜택·요구사항을 제시하고 더 큰 규모의 경제 프로그램으로 나가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북원조는 상호주의에 입각하되, 남한 정부는 전쟁포로나 납치자 송환, 이산가족상봉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북원조 물품이 북한 정권이나 군대로 전용되지 않게 철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대남도발을 다시 할 경우에는 현재 수준 이상의 대북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지원 및 개성공단에서 실시하는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의 구매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화협정 논의 시기와 관련, “비핵화가 충분히 진행될 때까지 연기해야 하며 이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은 재래식 무기 감축과 신뢰구축조치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평화지대’ 설치 또한 한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정은이 북한 엘리트들에게 풍족한 식량과 사치품·사회적 특권 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엘리트들은 김정은을 버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은은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김정은은 반드시 또 한 번 미사일이나 핵 실험, 또는 남한에 대한 도발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정부는 보통 북한 도발 후 평균 5개월 이내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미 2009년부터 핵실험, 미사일 실험 등을 수차례 겪어 더 이상 이 불량행위를 대화로 풀어갈 인내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