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북한 외곽압박 어디까지 갈까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한 북핵 6자회담 협상팀은 북한 위폐 문제에 따른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등이 핵문제와 무관한 ‘불법행위에 따른 순수 사법 절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내 비확산 관련 부서와 위폐단속 주무부서인 재무부는 위폐 행위에 따른 당연한 사법조치임과 동시에 북한의 “행태 변화(behavioral change)를 가져오기 위한 압박 수단”이라는 점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최근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국가안보 위협 문제의경우 외교로 풀 일과 군사행동을 취할 일 사이의 중간지대(gap)를 메우는 데 재무부 수단 동원을 요청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같이 말한 게 대표적 사례다.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지난 9일 버지니아대 연설에서 “우리의 확산 방지 노력은, 딱히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장치로 고안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금융 수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며 방코 델타 아시아에 취한 제재 사례를 적시하기도 했다.

더구나 “우리가 북한 정부가 관여돼 있음을 공개한 사실은 중대 의미가 있다”며 북한에 대해 ‘심각한 결과’를 경고한 레비 차관의 연설에선 북한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까지 읽혀진다.

더 현실적인 것으론, 북한이 마카오외에 거래를 트고 있는 다른 지역 은행들과 미국 금융기관간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추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은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외에 싱가포르, 호주 등의 일부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도 파악,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미국의 초기 대북 압박 조치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추가 조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고위당국자들은 북한관련 법인 등에 대한 자산동결.거래금지와 특히 방코 델타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것을 이들 조치의 ‘약효에 따른 비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계속 반발한다고 해서 압박 강도를 줄이기보다는 도리어 강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한국전쟁 이후부터 50년 넘게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고 있어, 최근의 금융제재도 그다지 새로울 것 없다”는 주장도 있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북한의 정책 변화 효과를 부인했다.

미국이 북핵 관련 외곽 압박 수단을 쓰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고, 북한도 이미 6자회담과 금융제재를 연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해들어 한동안은 북미관계가 협상보다는 충돌 궤도를 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핵-위폐 분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벽에 부닥칠 공산도 그만큼 큰 것이다.

최근 미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내비치는 미국의 대북 외곽 압박 수단은 다양하고도 강력하다.

특히 핵이나 미사일 등 국제정치적 성격의 무기 문제 뿐 아니라 미 달러화, 중국 위안화, 유럽연합(EU)의 유로화 등 각종 위조지폐와 가짜담배, 마약 등 불법행위 에 대한 단속이라는 명분도 앞세웠다.

국무부 조지프 차관은 북한과 이란간 확산용 항공로 차단을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이미 70개국에 이른 ‘지지국’의 지속적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령에 따른 자산동결 대상 법인의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무부에서 북한실무그룹을 이끌다 최근 은퇴한 후 북한의 불법행위를 종합적으로 공개기소한 강연으로 주목을 끈 데이비드 애셔 전 자문관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화와 체계적인 외교 특권의 부인 조치, 확산방지구상(PSI)을 뛰어넘는 특수 컨테이너보안조치(CSI)의 대북 적용 등도 제안했다.

대북 특수 CSI 적용이란, 북한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선 첫 기착 국제항에서 모두 예외없이 검색해 불법화물을 차단하고, 이 특수검색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 국제항에 대해선 그 항구에서 출발하는 모든 화물의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가진 중국과 한국을 겨냥한 압박책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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