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CRS)은 현재까지 거래되거나 적발된 북한산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는 최소 4500만 달러 이상이며, 북한은 슈퍼노트를 통해 연간 1500~25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CRS는 최근 발간한 ‘북한의 미국 화폐 위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슈퍼노트는 통상 액면가의 60∼70%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 시중에서 거래되다가 적발된 북한산 슈퍼노트는 적어도 45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이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간 1500만∼2500만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김정일 체제 유지 및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매년 10억 달러 정도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위폐를 찍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딕 낸토 전문위원은 “올해 국무부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산 슈퍼노트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며 북한은 ▲체제유지 ▲수입대금 결제 ▲해외에서의 불법구매활동자금 충당 등을 위해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토 전문위원은 이어 “이는 미국의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새로운 금융제재를 가한다면 위폐제조 및 유통이라는 불법 행위가 금융제재를 합리화 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보고서는 지난 2005년 북한에 가해졌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의 예를 들어 “그때처럼 미국이 위폐제작 등에 대해 새로운 금융제재를 가한 뒤 북한의 대화 복귀를 명분으로 또다시 슬그머니 해제한다면 국제 금융계에서 미국의 공신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BDA에 대한 제재에서 증명됐던 것처럼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는 김정일의 통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평양의 심장부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슈퍼노트 외에도 가짜 담배로 5억2000만~7억2000만 달러, 헤로인·히로뽕 등 마약으로 1억~2억 달러, 국제보험사기로 5000만~6000만 달러, 소형무기 수출로 520만 달러 등을 년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를 총지휘하는 스튜어트 레비(Levey) 미 재무부 테러 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9일 홍콩 소재 세계 최대 은행 그룹인 HSBC의 임원들과도 만났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통해 “은행 관계자들에게 (북한과 거래를 한다면 이에 따른) 규제가 있을 것이란 점을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레비 차관은 미국 정부의 대북 금융제재 계획에 대한 협력을 얻기 위해 이번 주 중국과 홍콩을 방문했다. 지난 6일 중국에 도착한 레비 차관은 중국 정부 관리들을 잇달아 만났으며, 8일부터는 민간 금융권 인사들을 면담했지만 홍콩 최대의 토종 민간은행인 동아(東亞)은행은 레비 차관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