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수장으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취임함에 따라 미국 외교안보팀은 본격 ‘강경파’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하게 됐다. 앞서 취임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모두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면서 워싱턴발(發) 초강경 대북기조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때마침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31일(현지시간) 개최한 북핵 청문회에서도 현행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 체제전복 활동▲북한 정권교체▲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선제타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줄을 이었다.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오바마식(式) 대북접근법만으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이에 따라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기조는 ‘압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대북정책 집행 실무자들을 포함한 외교안보 부처 인준을 모두 마치려면 상반기는 지나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예상이지만, 외교안보 수장들의 성향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든가, 평생 ‘협상’의 방법으로 상대를 대해 왔다는 등의 이유로 한동안 미 재야에서는 ‘대화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당분간 주장에 힘을 싣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최근 워싱턴에서 대북 초강경 기조가 대두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여기에 우리 측 대북정책 입장을 반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선제타격 등 오바마 행정부에선 쉽게 나오지 않았던 옵션들까지 우리 정부의 제재·압박 기조와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으로선 비핵화뿐만 아니라 통일까지도 연계시킬 대북정책을 구상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미국 측 대북강경 발언들을 마냥 환영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NK에 “선제타격과 같은 강경 주장은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실행에 옮겨지는 건 다른 문제”라면서 “(선제타격 옵션이) 실행 단계에 오른다면 (정부도) 지금과는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 문제를 큰 틀에서 볼 필요는 있지만, 북핵 포기뿐만 아니라 북한인권,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면 보다 다각적인 대북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사전에 경고메시지를 보낸다는 차원에서 정부도 미국 정치권 및 재야에서 나오는 강경 발언들에 분명한 ‘선긋기’까지는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있었던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관해서도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선제타격 등 강경 입장들에 정부가) 동의한다기보다는 (그러한 입장들이)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위급성 을 반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제115대 회기 상원 외교위가 개최됐는데 첫 청문회로서 북한 문제를 논의한 건 북핵 문제의 엄중성과 시급성에 대한 미 정부의 인식과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매티스 국방장관이 2일 방한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예방하고 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하는 데 이어, 틸러슨 국무장관도 금명 간 윤 장관과 소통 계기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변인은 “(한미) 양국 외교장관 간 조속한 시일 내 소통하기 위한 구체방식 및 일시 관련 협의가 현재 양측 간에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어 “틸러슨 국무장관은 인준청문회 등 계기에 한미동맹 강화 및 대북 제재·압박 공조 등을 강조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틸러슨 장관의 취임은 앞으로 한미 양국관계를 한 차원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