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밀착에 따른 비핵화 논의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향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20일 중국중앙(CC)TV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1년간 조선(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는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책임을 미국에 전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반도 문제에 성과가 있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의 톱다운식 대화의 틀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이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전향적인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데일리NK에 “인내심을 유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표현은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대화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지 북한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재차 밝혔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지까지 얻어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조선이 보여준 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비핵화 추동을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 한다”며 “지난 1년간 반도 문제의 대화 해결을 위한 기회가 있었고 국제사회는 조미(북미) 대화에서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식인 ‘단계적·동시적’ 방안에 대한 지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발전에 관한 관심사’라고 언급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인 지원도 확대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시 주석은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확대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주 G20 회의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이 불리해질 경우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북한을 유도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중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에 있는 비핵화 회담에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수개월 안에 비핵화 대화에 건설적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일정 부분 경제적인 제재까지 완화하려는 방식이 된다면 오히려 비핵화 협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재까지의 상황만 본다면 중국과 북한이 ‘미국’이라는 하나의 적을 두고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트럼프를 상대로 김정은이 시진핑을 통해 전해준 것으로 예상되는 비핵화 ‘양보안’의 수준에 따라 향후 비핵화 협상의 향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