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들, ‘北 HEU 정보’ 논란에 엇갈린 반응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놓고 과거 보다 확신이 떨어진 정보분석을 내놓자 미국 언론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 논란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WMD)를 이유로 이라크전을 일으켰다 정작 WMD를 찾지 못해 개전 의도를 의심받았듯이, 1994년 제네바 합의 파기의 직접적인 단초가 됐던 북한 HEU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분석 논란은 부시 행정부의 신뢰성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2일 사설을 통해 북한이 지난 2002년 파키스탄으로 부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20기의 원심분리기를 몰래 구입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범죄적 정권에 의해 행해진 그러한 활동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를 두둔했다.

이 신문은 또 “현재 진행중인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보 내용이 과거 보다 약화됐더라도, 이 것이 차기 단계의 협상에 이 문제를 논외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북한이 앞으로의 핵 협상에서 원심분리기 등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공개할 지 여부가 북핵 외교 협상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과 별도의 기사를 통해 2.13 베이징 합의 이후 북한과 미국이 최근 들어 눈에 뜨게 유화적인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수많은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을 바꿨으며 입장을 바꾼 시기 또한 의심스럽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2002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키로 한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HEU 프로그램을 가지려 한다며 중유 공급을 끊고 이에 대해 북한이 결국 핵실험까지 하는 등 상황이 악화된 점을 지적하면서, 부풀려진 북한 HEU 프로그램 정보가 제네바 합의에 불만을 갖고 있던 강경파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위기를 조장하려는 예정된 정책을 정당화 하는 데 이용됐을 개연성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미국이 이란의 핵 야망 저지를 위한 제재에 다른 나라들이 동참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HEU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적국의 잠재적인 핵 위협 평가에 대한 미국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관해 과거보다 확신이 떨어진 분석을 내놓은 것이 과장된 정보의 위험성과 비효율성을 깨달은 결과라고 믿고 싶지만 여전히 의심이 남는다며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정부가 북한의 핵시설을 폐쇄키로 합의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여전히 없고, 이란 핵 문제에서도 미국의 우방인 유럽의 동맹국들 조차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이제는 이란 핵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미국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누가 백악관의 경고를 믿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과거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가 WMD를 가진 증거라며 위성 사진과 감청 자료들을 제시했던 것과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이른바 ‘파월 룰’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연합

소셜공유